Page 20 - PHOTODOT 2017년 6월호 VOL.43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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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미에서 경진까지, Project 1991-2000 912-153
서울묵상, Contemplation in city 21-1
배추는 배추끼리, 잡초는 잡초끼리 또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
리 자라는 것인 줄로만 알았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보통 생
각들 하고 산다. 허나 배추와 잡초 벼와 피는 선의의 경쟁을 하
며, 때로는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관여한 자연에서 조화와 상생을 보다
분단의 역사가 묻어있는 장소를 추적하던 그는 다음 작업 〈경·신미에서 경진
까지〉(1991-2000)를 진행하며 자연의 모습에 집중하여 사진을 찍는다. 작가
가 강원도의 이름 없는 야산에서 채집한 풍경에는 산, 들, 내에 나무, 곡식, 잡
초 등이 함께 어우러져 등장한다. 한 밭에서 농작물과 들꽃과 풀이 한데 섞여
있는 그곳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작가가
주목한 것은 모두 사람이 관여한 자연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에 개입해
상처내고, 또 서로 치유하며 상생하는 이 이미지를 통하여 작가는 각박한 현
대 사회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조화와 평화, 나아가 큰 통일을 이루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농촌과 도시, 공간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 정동석은 근 10년 동안 농촌 지역
에서 작업하던 〈경·신미에서 경진까지〉를 마무리 하고 도시로 눈을 돌린다.
사람이 관여한 풍경에 주목한 작가의 관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이번엔 도시
에서 사람과 사람, 도시와 자연이 충돌하며 동시에 어우러지는 생태적 삶을
표현한 〈서울묵상〉(2001)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묵상을 통해 맑은 영혼과
깨끗한 기운을 주는 뭇 생명들 보며, 도시와 자연의 조화와 융화를 꿈꾼다.
경·신미에서 경진까지, Project 1991-2000 91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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