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월간사진 2018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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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주년의 의미, 눈빛출판사 이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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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이란 시간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난 시간을 돌아
                                                                           보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그 긴 세월 동안 한
                                                                           눈팔지 않고 나의 모든 것을 출판에 바쳤다는 것, 그간 만든 책이 7백 여권에 이른다
                                                                           는 사실이 가장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지 못한 게 아쉽다. 여건상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만을 다룰 수
                                                                           밖에 없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해외에 비해 부족하긴 하지만, 인쇄와 디
                                                                           자인에서는 한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했다고 생각한다. 앞으
                                                                           로는 지금보다 더 완성도 높은 출판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1988년 눈빛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첫 직장이 열화당이었다. 해외 사진가들의 작업
                                                                           을 보면서 자연스레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조세희
                                                                           의 사진산문집 <침묵의 뿌리>(1985)였다. 굳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언어로서의 가능성을 사진에서 발견했다
                                                                           고 할까. 사진 한 장만으로는 어렵지만 40-50장의 사진을 모아 잘 편집해 책으로
                                                                           만들면,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부터 다큐멘터리 사진에 집중한 이유는?
                                                                           사진이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당시 사회운동, 문화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사회
                                                                           음지에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기록하고 알림으로써, 사회구조 개선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보자고 의지를 다졌던 기억이 난다.
                ⓒ 변순철
                                                                           눈빛출판사 사진집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하는가?
                                                                           정부 영향 아래 있는 언론들이 잘 다루지 않던 사회 음지와 사각 지대의 모습을 시
                                                                           각적으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진가들이 현장에서 다각도로 취재하고
                                                                           정리한 것이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덕분에 사람들
                                                                           이 사회 현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회적인 기여
               지난 11월, 눈빛출판사의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렸다. 한국 사진
                                                                           도에 비해 사진가들이 받는 대우가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의 정체성과 역사적 전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에서 한국 다큐멘터리의 산
               증인이라고 불리는 이규상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 현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사진집을 꼽는다면?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최근 사진집으로 심규동의 <고시텔>을 꼽을 수 있다. 자신과 동료, 친구들의 삶의 터
                                                                           전인 고시텔 내부를 촬영한 그의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 실제 그들의
                                                                           주거환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런 열악한 환경의 고시텔로 젊은이들이 모여들
                                                                           게 된 데에는 기성세대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종로 고
                                                                           시원에서 불이 나지 않았나. 언론이 미처 담지 못하는 부분을 사진에 담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사진가의 의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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