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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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진, 그땐 그랬지
커머셜 사진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용호.
30년 만에 같은 브랜드 이미지 촬영을 하는 그에게 우리나라 패
션사진이 흘러온 시간에 대해 물어보았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김혜미
30년 전 촬영했던 한섬 브랜드 ‘마인’을 다시 촬영하게 됐다고 들었다. 했던 시기였다. 광고 사진을 중점적으로 찍는 나와 신문사 사진부 결과물 사이엔 당연
지금과는 달리 1980년대에는 소위 ‘잘 나가는’ 국내 브랜드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1988년 론칭한 한섬의 ‘마인(MINE)’도 그중 하나다. 1980년대는 잡지 광고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다. 대신 카탈로그가 인기를 끌었다. 브랜드 마케팅에 실질적으로 도움 1980년대 패션사진의 경향은?
이 됐던 게 카탈로그였기 때문이다. 당시 ‘마인’의 카탈로그를 촬영했다. 그때만 하더라 경향이랄 것이 없었다. 외국 잡지를 따라하는 데 급급했다. 잡지기자나 클라이언트가
도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드물었다. 국내 최고급 호텔 로비 앞에 모델을 세워놓고 찍은 미국 <보그>, 일본 <유행통신>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발견하면 그 페이지를 찢어서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말 그대로 옷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내 가져왔다. 그대로 찍어달라는 의미였다. 그때마다 “이 사진을 찍은 분한테 맡기시지
가 작업한 ‘마인’ 카탈로그는 기존 패션사진과 결을 달리했다. 획기적이었다는 평가를 요.”라고 말하며 거절했던 기억이 있다.
들었다. 파리 에펠탑 앞에 가서 오드리 햅번을 오마주한 스타일로 촬영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카탈로그 이후 ‘마인’은 한섬의 중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이러한 ‘마인’의 패션사진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첫 번째 사진가가 아닌가?
브랜드 론칭 30주년을 기념해 다시 작업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1980년대 사진은 패션 아이템을 예쁘게 찍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내가 이러한 고정관
념에서 탈피해 사진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다. 장소 특정적인 패션사진도 찍었다. 어
1980년대 패션사진은 어떠했나? 느 날은 원하는 장소가 없어서 아파트 옥상에 페인트를 칠한 뒤 촬영을 진행했다. 구두
1980년대 광고사진의 메카는 충무로였다. 극동빌딩 뒤쪽에 광고사진용 스튜디오와 브랜드 ‘엘칸토(Elcanto)’와 패션브랜드 ‘무크(Mook)’ 사진이 대표적이다. 엘칸토는
광고사진가협회, 필름현상소 등이 있었다. 충무로에서 일하던 광고 사진가 대부분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을 표현했고, 무크는 영화 <아비정전>을 패러디해 ‘한국을
제품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잡지에 게재하는 패션사진은 극히 드물었 살아가는 20~30대 젊은이들의 불안한 모습’을 이야기했다. ‘당신이 이 옷을 입으면,
다. 가끔 무가지나 잡지에 한국 모델을 데리고(간혹 외국 모델도) 국내 브랜드 화보를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당시 사진의 목적이었다. 사진이
싣는 정도였다. 그런데 김중만이 귀국하면서 패션사진에 붐이 일었다. 그를 통해 화려 공개된 뒤 1~2년 만에 브랜드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 모든 건 사진가가 단순히
한 외국 패션사진이 국내에 유입되면서 많은 대중들이 패션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 사진가만이 아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진가 스스로
다. 유학을 마친 후 돌아온 구본창 역시 이러한 흐름에 기여했다. 구본창은 내가 작업하 콘셉트를 잡고, 시안을 만들어 작업을 진행하니 전에 없던 사진이 탄생한 것이다.
던 구두 브랜드 ‘엘칸토’의 경쟁사인 ‘에스콰이어’ 사진을 찍었다.
1988년 패션사진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당시 있었던 해외여행 자율화는 패션사진 흐름에서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모 신문사에서 발행한 여성지에서에서 일한 적이 있다. 표지와 내지는 이로 인해 패션계에서도 해외 로케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조금은 생경
물론, 패션사진도 찍었다. 그러던 어느 날, 편집장이 나를 불러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 그러나 매력적인 풍경들이 패션사진에 등장했다. 나의 첫 번째 해외 로케이션은 모
“신문사 사진부에서 네가 그만 일하길 원한다.”라고. 그때는 잡지사가 신문사 소속인 델 진희경과 함께 했던 대만 촬영이었다. 디자이너와 촬영 어시스턴트 포함, 총 네 명이
지라, 신문사 사진부가 잡지 사진을 찍기도 했다. 시위 현장에 나갔다가 패션사진 찍으 갔다. 열 명 넘게 해외 현장에 투입되는 요즘 제작 환경에 비하면 최정예, 아주 소수의
라면 찍고, 인물사진 찍으라면 찍는 형식이었다. 그만큼 패션사진에 대한 인식이 부족 인원만 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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