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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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스케치_최종_월간사진 2018-08-21 오후 7:03 페이지 2
조습은 작가 자신이 프레임에 뛰어들어 상황에 맞게 직접 연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 셉트가 사극이다 보니, 그에 맞는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 그런 그가 신작 <광光>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칠흑 같은 밤, 돌연 조선시대의 의 작가가 직접 발로 뛰는 수밖에 없었다. 종로에 위치한 국악사에서 전통의상과 민속용
복을 입은 광기 어린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왕, 중전, 혹은 품을 구입했다. 그곳에는 한복, 전통악기, 부채, 담뱃대, 소반, 술병 등 작품에 활용된
직책 높은 신하의 복장을 하고 있지만 사극에서 많이 보던 기품 있고 점잖은 자태와는 옛 소품들이 구비되어 있다. 한편, 그 비용이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중전의 의상과 가
거리가 멀다. 익살스럽게 북과 징을 치고 태평소를 불며 연주하고 있거나, 서리를 해온 채 가격만 해도 무려 약 2백만 원. 이번 시리즈에 사용된 옷이 대략 8~10벌이니, 소품
듯 과일을 몰래 까먹으며 신명나게 춤을 추고 있다. 너덜너덜한 옷이 반쯤 벗겨져 있는 까지 감안한다면 총 소요된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정작 작품 속에서 모델들이
건 덤이다. 격식 따위는 내던져버린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이 사진을 통해, 관람자는 입고 있는 의상을 보면 누덕누덕 기운 헌 옷 같다. 당시의 조선인들의 모습을 연출하기
유머 그 너머의 풍자와 해학을 느끼게 된다. 위해 구입한 옷을 낡고 더럽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다. 사포로 갈거나 물감을 묻히는 등
“이 사진, 요즘 시대 같지 않나요?”라는 조습 작가의 말은 분명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상황에 맞는 의상으로 만드는 데만 2달이 걸렸다. 그 고가의 옷들이 한 순간에 누더기
다.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날카롭고도 사려가 깊다. 그의 작업은 사극을 모티 가 된 것이다.
프로 하지만 지금의 사람들이 일종의 반미치광이 상태라는 가정에서 시작되었다. 사
람들에게서 탐욕과 욕망, 왜곡된 민족주의와 같은 코드를 읽어냈고, 그 모습을 ‘쇼’를 # 꼬박 1년이 걸리다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사진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거나 불빛 하나 없는 산속, 혹은 동굴, 사진 속 배경에는 어둠만이 깔려 있다. 강원도 철원,
자본가나 권력층의 행태를 꼬집으려는 의도는 없다. 정작 핵심은 민중을 의심하는 것 인천 운염도 등 주로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한다. 작품만 보면 영화
에 있다. 돈이나 권력의 유무를 떠나 작가의 눈에 비친 민중들은 모두 똑같은 모양새를 촬영 현장에 맞먹는 스케일의 작업이었을 거라 상상하겠지만, 실제로는 작가 자신과
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자가 되어줄 배우 한두 명 뿐이다. 한 번 촬영하는 데 최소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자기 희화화를 통해 이 시대의 단면을 반추하게 만드는 <광光> 시리즈. 지금도 촬영이 지인들 중 시간이 허락되는 사람들에게 섭외 요청을 했다고 한다. 춥고 고단한 작업 과
한창인 ‘광(光)’적인의 ‘쇼’의 생생한 제작 과정을 따라가본다. 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다는 뜻. 이렇게 본격 촬영 전 사
전 준비에만 총 1년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 새 전통의상, 누더기로 만들기까지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것처럼 조습의 연출사진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이뤄진다. 작 #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업의 컨셉트 구상부터 그에 맞는 의상, 소품, 메이크업 도구 준비, 이어 장소 헌팅과 연 촬영 날짜를 잡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 하루에 딱 한 컷을 만들어내기도 바쁜 일
기자 섭외까지, 그 과정들이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방불케 한다. 특히 이번 <광光>의 컨 정이다. 대개 촬영 하루 전날 미리 촬영장소로 출발한다. 실제 촬영은 밤에 진행되지만
의상을 구입하고 작업실에서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 직접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빌린다.
소품과 의상에 낡은 느낌을 내었다. 총 2달여 기간이 걸렸다. 사전에 미리 적합한 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