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P. 56
(110-111)컬처-재생공간(2p)OK_월간사진 2018-08-21 오후 8:38 페이지 110
/ Space /
애물단지에서 문화·예술창고로!
업사이클링(Up-Cycling)과 문화·예술의 만남이 잦아지고 있다.
덕분에 애물단지였던 건물들이 역사성과 독특한 개성을 지닌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김혜미
02
01 03
01기존 소각장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B39 02워크숍 등이 진행되는 스튜디오 03소각장의 모든 시설과 상태를 통제하던 중앙제어실
쓰레기 소각장의 놀라운 변신
부천아트벙커 B39
런던 테이트 모던을 연상시키는 구조다.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굴뚝과 차가운 느낌을 주는 외장재가 똑 닮았다. 가장 큰 공통점은 방
치되어 있던 국가기반시설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를, 부천아트벙커 B39는 쓰레기 소각장을 개조했
다. B39는 벙커(Bunker)와 부천(Bucheon), 개방적인 태도와 마인드를 의미하는 영단어 Borderless의 B와, 벙커 깊이 39m와 소각장을 지
나는 39번 국도를 상징하는 숫자가 합쳐져 탄생한 이름이다. 지역과 예술을 경계 없이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1995년 부천시 오정구 삼작로에는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삼정동 소각장’이 있었다. 하지만 소각장에서 매일 흘러나오는 악취와 기준치
20배를 넘는 다이옥신은 주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소각장은 2010년 5월 ‘혐오시설’이라는 낙인과 함께 문을 닫았다. 하
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은 이곳이 그들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문화 활동의 공간으로 회복되기를 원했다. 거듭된 토론과 연구 끝에
2014년 삼정동 소각장은 일상과 예술, 예술가와 주민, 주민과 공동체가 어울리는 복합예술공간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B39에는 전시·공연장과 교육 시설, 과거의 흔적을 보존한 시설들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1층에는 쓰레기 반입실을 전시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멀티미디어홀’이 있다. 또한 소각장의 규모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13 x 22 x 39m 크기의 쓰레기 저장 공간인 ‘벙커’,
쓰레기를 태웠던 장소를 리모델링한 실외 전시장 ‘에어갤러리’ 등이 있다. 2층에는 지역 시민들의 친목활동과 회의, 각종 단체의 워크숍을 진
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있다. 안타깝게도 소각장의 예전 모습을 보존한 3~6층 관람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대신 1층과 2층 곳곳에 있는
유인송풍기실, 중앙제어실을 통해 시간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소각장이었던 탓에 모든 곳에 냉방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은 햇살 따가운 낮 시간의 방문을 피하는 것이 좋다.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