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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들기
비즈니스로 인도되는 여건 군대에도 오래 있어 보았지만, 소위 ‘제대로 된 맨땅의 삽질’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지금부터 10 년 전이었으니, 인터넷도 메일도 어려운
환경이었다. 사업 파트너와 급하게 미팅을 해야 하거나 의문사항이 있을 때는 오로지 전화로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한국 기업과의 전화요금이 만만치 않게 들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생각에 몇 번이나 포기를 생각해봤다. 사업 파트너가 나와 코드가 맞지 않아 힘든 적도 많다.
여기에 사업자가 만나주지 않는 상황, 무시하는 상황, 터무니없는 가격 흥정, 제품을 믿지 않는
사장, 구매 의사를 정확히 말하지 않는 상황, 한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힘 빠지는 상황 등등
수많은 각양각색의 상황들이 나를 지치게 했다. 하지만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그만두었다가는
비자문제와 신분문제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고, 생존과 거주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등지고
진을 치고 결사적으로 싸움에 임한다는 ‘배수진’이 딱 들어맞는 형국이었다.
선교사로서 사업하면서 내가 겪은 바로는, 사업을 안 해도 되는 여건이라면 안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선교사들에게 비즈니스선교 강의를 하면서 다섯 가지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면 비즈니스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경고한다.
첫째, 비자문제, 거주문제가 없다.
둘째, 제자 양육, 현지 교인, 교회의 자립문제, 현지 교회 이양 등에 문제가 없다.
셋째, 영향력이 있다.
넷째, 자녀 교육에 문제가 없다.
다섯째, 노후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이 있다.
이것이 해결되었으면 부디 비즈니스에 들어가지 말고, 그렇지 않다면 하루바삐 비즈니스의
세계로 진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선교사와 현지인들에게 행복한 길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건에 맞추다 보니 비즈니스선교를 하게 된 경우다. 애초에 비즈니스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람이고, 선교하러 가서 사업을 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선교를 하려니 무조건 정착해야 했고, 정착을 하려니 비자가 있어야 했으며,
비자를 발급 받으려니 신분 확인과 보장을 위해 사업을 선택해야 했다. 그렇게 여건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비즈니스선교를 하는 비즈니스 선교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Business for Me 사업에 들어섰다면, 우선 ‘자신’을 위해 사업하기를 바란다. 정신적으로 ‘Business
for Me’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비즈니스 선교 이론가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즈니스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을 본부에 보고해야 하고, 철저히 본부의 통제를 받아서
비즈니스를 하라고 충고한다. 비즈니스가 자리잡은 후, 이윤이 발생하면 그 내용과 사용내역을
본부에 보고하고 통제를 받으라고 말한다. 나는 반대다. 내가 비즈니스를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사업에 뛰어 들었는데, 나를 경계해야 한다고 하면 누가 비즈니스에 목숨을 걸겠는가!
이는 우리가 사업을 여는 장,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본다.
사업은 현실이고 실제 상황이므로 실제적인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성공할까
말까 한 것이 사업이다. 사업가 자신, 즉 나를 위해 비즈니스를 해야 재미있게 몰입하며 빠져들
수 있고 보람도 있다. 그 재미를 즐기고 본인이 행복해야 그 영향력이 현지인과 현지인
동역자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윤택한 사업결과를 통해 행복과 이윤을 기꺼이
나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믿음생활과 마찬가지다. 자신이 먼저 믿음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하나님의 기쁨이 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충실한 자가 하나님께도 충실할 수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