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하나님이 주신 멍석에서 멋지게 놀아라(최웅섭이야기)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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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제안한 디자인 콘셉트로 진행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들이 결정을 못 내렸던 이유는, 디자인

            제가 다시 디자인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연초에 다시 만나기로 하                                                        콘셉트는 마음에 들지만 그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확신

            지요.”                                                                                       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고 담당자들과 헤어졌지만, 불안했던지 그들은 전화로                                                          그럴 만도 했다. 사실, ‘대형 회전 전광판’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없이 확인해왔다.                                                                                 제품이다. 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느 날 사무실로 출근

              “그때까지 정말 가능할까요?”                                                                         하는 도중 도로에서 작업 중이던 굴착기, 즉 포크레인을 보면서였

              “디자인은 새로 하고 있습니까?”                                                                       다. 포크레인이 굴착 작업을 하는 중이었는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어떤 콘셉트로 진행 중인지 미리 들어볼 수 있을까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아주 유연하게 잘 돌아가는 것이었다. 평소에

              일일이 대답해주기도 피곤했으나 그때마다 문제없으니 걱정하지                                                         는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장면이 그날따라 새로운 개념의 전광판 디

            말라고 다짐해주었다.                                                                                자인과 겹쳐지면서 전광석화처럼 내 머릿속에 반짝 빛을 밝혔다. 곧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바쿠                                                       바로 차에서 내려 주의 깊게 살피다 보니 전광판도 저 원리로 돌리
            로 불러들였다. 기술적인 문제를 의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2km 밖                                                     면 잘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서도 보여야 하니 규모가 초대형이어야 하고, 사방에서도 볼 수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직원에게 포크레인 기어를 통해 회전시키

            있도록 하자니 회전식이 적당했다. 회전하는 초대형 전광판, 이것이                                                       는 방식으로 전광판을 설계하자고 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2010 바쿠 엑스포센터 전광판의 콘셉트로 결정하게 되었다.                                                          일정이 너무 촉박해 기술 문제를 떠나 사업 자체를 제 때에 완공할
              연초가 되어 정부의 엑스포 담당자들과 만나서 디자인 콘셉트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담당자들은 여전

            설명했으나 모두 믿기 어려워했다. 시간은 바야흐로 1월이 다 지나                                                       히 여유만 부리고 있었다.

            가고 있었다. 당사자인 나는 입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정작 담                                                         “포크레인 기어와 같은 원리로 회전시키는 데는 기술적으로 문제

            당자들은 결정할 생각도 안 하고 여유만 부리는 듯 보였다. 일의 결                                                      가 없습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정권자가 가타부타 결정을 내려줘야 디자인 콘셉트에 대한 기술적                                                         도 볼 수 있고요. 이번 행사용 전광판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인 문제든 비용이든 뭔가 알아봐도 알아볼 터인데, 시간도 없는데                                                          나름대로는 계속 몰아붙였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고도 말해보

            어느 한 가지도 결정되지 않고 날짜만 갔다. 늦어도 2월 초순에는                                                       았으나 요지부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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