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죽산조봉암기록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번에 정부에서 제출한 양곡매입법안의 정신은 지금껏 실시하였던 일

정한 수량을 할당하여 어느 날까지 내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아가는 것과

같은 공출제도를 전폐하고, 농민이 자유로이 언제든지 팔고 싶으면 팔도

록 하며 값도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정부에 팔게 하며 소비자도 암취인

안 하고 배급 쌀만 가지고 넉넉히 먹고살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 사들이는 값은 벼 일등미 한 가마에 1천2백 원에 보상하여 배급

할 것이라고 하며 소비자는 삼 홉까지는 배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조 장관과 일문일답

농림장관 조봉암 씨는 기자단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문 : 중농 이상의 농가에서 쌀을 은닉할 우려가 있지 않은가?

답 :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당연히 팔 것이라 생각되어 서로 이해

하도록 말하면 안 팔 리 없다.

문 : 지주는 생산량의 2할을 정부에 팔아야 하는데 소작료 3할 중 남은
1할은 어찌 되는가?

답 : 자기 소비량 이외는 정부에 팔아야 할 것이다. 남는 것을 둔다고 해

도 소용없고 시골서 파나 정부에 파나 같은 값이 될 것이니 운임 먹여 서

울로 끌어와 팔 것도 없을 것이다.
문 : 그러면 개인 간의 매매는 못 하게 되는 게 아닌가?

답 :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뒷거래 값으로 팔고 사고 할 필요가 없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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