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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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박혜경, 행복한 플로리스트, 2022                            작업중인 박혜경 작가






         순수한 꽃의 필터링,                                    서고금의 보편적 정서가 담긴 것도 이 때문이다. 작품을 보노라면 기술적 사
                                                        유가 아닌 애잔하면서도 깊은 아름다움이 녹아든다. 분명 대상은 서양 꽃들인
        박혜경 되기                                          데, 동양적 정서가 녹아내린다. 프렌치 꽃꽂이의 구성을 따르지만 대상의 본
                                                        질은 민화에서 갖고 온 까닭이다. 꽃 사이로 날아든 나비들도 서양의 나비그
                                                        림이 아닌, 남계우 식의 호접도와 연계된다. 풍선 그림으로 유명한 이동욱 작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가는 박혜경이 본능적으로 색을 쓰는데 탁월하다고 평했다. “내 소리는 곧 나
                                                        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모두 박혜경이 된다.”는 말처럼, 의도하지 않은 본능과
                                                        의도한 구성 사이에 ‘무계획 속 계획’이 읽힌다. ‘가능성 많은 소녀같은 아티스
        진정성 있는 약속을 작품으로 연결하는 박혜경은 ‘가수’에서 ‘화가’로 자신의      트, 박혜경 되기’로 우리 모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노래가 비가시성의 영역
        이름을 확장중이다. 순수한 꽃이 자기만의 규칙으로 연결된 진정성 있는 작업       이라면, 그림은 가시성의 영역이다. ‘25여년이 넘는 음악생활’의 감성을 옮겨
        들은 ‘나풀거리고 하늘거리는 꽃의 향연’이 되어 아름드리 색이 필터링된 박혜      온 결과이다. 음악과 미술의 감성을 연결해본다면 “왜 박혜경이 그림을 그리
        경 만의 음색을 드러낸다. 직문직답으로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박혜경의 개인       는가”를 굳이 질문할 필요가 없다.
        전 《행복이 배달되었어》 라는 주제로 인사마루1층 가온갤러리에서 12월 14
        일부터 20일까지 개인전을 개최한다.                            “나는 몸을 사용해야 한다. 장녀로서 가족을 책임져야 했기에 늘 불안한 미래
                                                        를 꿈꿨다. 성대를 잃고, 건강-돈-명예 등 모든 것을 잃고 느낀 것이 몸이 곧
        리드미컬한 꽃의 소리, 색의 리듬과 만나다.                        나라는 깨달음이었다. 하늘이 준 달란트가 나는 느끼는 것을 직관적으로 표
                                                        현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꽃도 공간구성 등도 그렇게 시작됐
        “나는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그림을 그리지 않아요. 매료된 순수 그 자체를 색      다. 영국식 꽃벽지와 나비장을 잡지 인터뷰 직후, 유행시킨 감각도 이와 관계
        으로 표현합니다. 많은 이들이 제 그림을 보자마자 ‘예쁘다’고 말해요. 관람객     된다. 플라워 장식들에서 오는 ‘공간구성’이 작품구도로까지 이어진 것도 몸
        들은 가수 박혜경보다 꽃의 순수에 먼저 반응합니다. 제 그림인지 나중에 알고      의 감각 때문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필링과 같다. 내 그
        나면 ‘박혜경의 노래가 그림에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박혜경의 고      림은 외부 대상을 그리되 ‘직관의 색으로 필터링된 꽃의 추상’으로 읽어야 한
        백처럼 꽃은 직관적으로 예쁘다는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에 남녀노소-동        다.” - 평론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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