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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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성공회 강화성당 본당 전경












        성공회 강화성당과 단청                                    양식으로 측면 10칸 중 8칸은 예배실, 나머지 2칸은 전실과 퇴실 등으로 구
                                                        성되어 있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성당 실내에 들어서면 가운데 통로 앞에 석제 세례대가 놓여 있다. 정면에는
                                                        重生之泉(중생지천), 후면에는 修己(수기), 洗心(세심), 去惡(거악), 作善(작선)
                                                        이라 한자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세례를 받을 때 교인들이 갖추어야 할 마
        성공회 강화성당(聖公會江華聖堂, 사적 제424호)은 한옥성당이어서 호감이        음가짐의 글귀라고 한다. 제대 뒷벽의 가운데에는 '萬有眞原(만유진원)'이란
        간다. 사찰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성당이나 교회는 벽돌이나 콘그리트로         현판이 걸려있다.
        짓는데 이곳은 특이하게 목조로 지은 한옥 건물에 단청까지 해서 매우 이색
        적이다.                                            성당의 뒷쪽, 사제관의 앞쪽에는 땅 바닥에 라브린스가 있다. 라브린스 걷기
                                                        는 고대로부터 전해 오는 미로와 같은 통로를 걷는 것을 말하는데 그리스나
          성공회라함은 대한성공회를 말하는데 1889년 코프(C. J. Corfe, 한국명 고요  켈틱 문화, 마야 문명의 신전에 남아 있고 오래된 성당에도 있다고 한다. 주
        한) 신부가 영국에서 한국주교로 서품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1890년 인천      로 둥굴게 만들어진 원형의 구부러진 길을 따라 조용히 명상을 하거나 기도를
        에 최초로 들어왔으며 강화에는 1893년 갑곶이 나루터에 조그만 한옥을 빌       하면서 천천히 중앙에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는 방식으로 걷는다고 한다.
        려 선교를 시작했다고 한다. 1896년 6월 강화에서 코프 주교가 한국인 신자     불교에서 비슷한 예를 들자면 해인도(海印圖) 걷기라 할 수 있는데 합천 해인
        에게 처음 세례를 주고, 1900년 대한성공회로서는 강화에서 가장 먼저 이 성     사에 가면 볼 수 있다. 해인도란 신라시대의 승려 의상(義湘)이 화엄사상의 요
        당을 건립하게 되었다.                                    지를 간결한 시(詩)로 축약한 210자를 54각(角)이 있는 도인(圖印)에 합쳐서
                                                        만든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말한다.
          성당의 위치는 강화읍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는 강화읍 관청리 견자
        산 언덕 위에 있다. 이곳은 고려 중기 몽고군의 침입에 항쟁하기 위해 강화도      이 성당은 전통 한옥 건물에 서양의 기독교식 건축양식을 수용해 지은 것으
        에 천도하였을 때 내성을 축조한 성터의 남쪽 일부에 해당한다.              로,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겉모양은 영락없는 전통 조선
        성당의 건립은 1900년(광무 4년) 대한성공회 초대 주교인 코프에 의해 지어     한옥의 사찰 양식으로 보이는데, 내부는 기독교의 예배공간인 성당 양식으
        졌다.                                             로 꾸민 것이다.
        정면 4칸, 측면 10칸의 겹처마에 팔작지붕을 한 2층 익공식 목조 건물이다. '   또한 사찰의 가람배치를 준용하여 경사가 급한 구릉지에 석축을 높게 쌓고 계
        天主聖殿(천주성전)'이라는 현판은 2층 처마 밑에 달렸고 정면 1층 기둥에는      단, 외삼문, 내삼문, 성당, 사제관을 모두 동남향 직선으로 배치하여 노아의 방
        주련 5개가 붙어 있다. 사찰과 외관상 다르게 보이는 점은 지붕 위에 세운 십     주를 상징하는 배의 모양을 이루고 있다.
        자가 정도이다. 성당 내부는 기독교 건축의 특성을 반영한 바실리카(Basil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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