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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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Cecily Brown, COVID-19 세상에서 노숙자의 연합, 접시, 2021 ⓒADAGP (우) 박필임, Earnest Wish for Day Life,  90.9 x 72.7cm, 2021 ⓒADAGP





                                   박필임 작가는 동시대의 여성 작가로써 ‘정치적 공정성’을 앞세운 당위론에 의해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입을 다물게 할 정도의 <색과 욕망과 에너지>
                                               표현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그녀와 유사한 ‘창작의 고통’을 느껴 보았으     형태를 발견하고, 많은 걸 이해하게 된다. 그 과정의 기록 또 한 누군가에게 분
            리라. 여기서 필자는 박필임 작가가 현재 슬럼프 상황을 극복하는데 있어 ‘롤      명히 중요하고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델’이 되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글로벌 여성 작가 가운데 영국 출신으
            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의 작품에 드러나는 특징  결론적으로, 박필임 작가는 동시대의 여성 작가로써 ‘정치적 공정성’을 앞세
            을 핵심적인 몇 단어로 정의하자면 <색과 욕망과 에너지>로 함축시킬 수 있       운 당위론에 의해 역풍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세실리 브라운(Cecily Brown)
            다. 세실리 브라운은 1990년대 ≪뉴욕 미술계≫에 ‘떠오르는 샛별’ 같은 존재    과 마찬가지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입을 다물게 할 정도의 <색과 욕망
            였다. 영국 출신인 그녀는 당시 급부상 중이던 <yBa>의 일원으로 합류하는      과 에너지> 표현에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지만, 다양한 장르
            대신,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쪽을 택했       를 넘나드는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박필임 작
            다. ≪가고시안 갤러리≫가 이 재능 있는 신인을 후원하고 나섰으며 워싱턴의       가 ‘고유의 독창성’을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
            ≪허시혼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PS1≫, 런던의 ≪사치       만, 지금까지 보여준 박필임 작가의 작품 세계는 자신이 사색하는 세계에 갇
            갤러리≫ 등도 색과 에너지가 폭발하는 듯한 그의 작업을 앞다투어 소개했다.       혀 있었기에 관자로 하여금 ‘소통할 수 없는 장벽’을 느끼게 했다면, 굳이 이 방
            세실리 브라운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한다. 미완성 상태의 작품들이 서로       식에서 탈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모호하게 묘사함
            를 자극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여러 작품을 동시에 그리는 데는 현실적인        으로써 그녀의 작품이 갖는 대상의 명백한 묘사를 거부해 보자는 것이다. 여
            이유도 있다. 때때로 물감을 말려가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       기서 ‘모호함’이 가져다 주는 ‘절묘한 긴장감’이 발생할 것이리라. 어쩌면 판에
            실리 브라운은 늘 개별 작품이 아닌 전체의 단위로 생각을 한다. 각각의 페인      박힌듯한 <구상 계열>의 작가들이 넘쳐 흐르는 대한민국 화단에서 선뜻 앞장
            팅은 또 다른 페인팅과 오버랩 되기 마련이다. 구상적인 작업과 추상적인 작       서기에는 다소 모험적인 시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박필임 작
            업을 나란히 두고 그리기도 한다. 각기 다른 그림들이 서로를 자극하는 느낌       가가 진정한 의미에서 ‘글로벌 도약’을 꿈꾸고 있다면 ‘사색이 아닌 행동’으로
            이다. 한쪽을 택하는 대신 두 방법론을 오가는 게 그녀에게는 전혀 어색한 일      옮겨가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곧 박필임 작가가 자유 의지
            이 아니다. 매번 구상적으로 생각하고, 그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편       로 선택한 ‘숙명의 길’임을 고집 할 때, 비로소 박필임 작가 스스로 설계한 ‘현
            이지만 한참 그리다 몇 걸음 물러나서 바라보면 이미 추상에 가까워진 경우가       대회화의 부활’이 성립될 것이며 동시에 ‘고전의 재해석’이 가능할 것이기 때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낙원의 풍경’을 드로잉하고 있다. 과거의 대가들이 묘     문이다. 아무쪼록 필자는 박필임 작가가, 세실리 브라운과 어깨를 나란히 하
            사한 이상향을 카피하는 작업에서부터 출발했다. <드로잉>은 ‘오일 페인팅’       는【ADAGP 글로벌 저작권자】의 일원으로써, ‘고유의 독창성’에 눈을 뜨는 동
            을 위한 준비 단계일 수도 있고, 때로는 그 자체로 독립된 작품이 되기도 한다.    시에 자신감을 갖고 관객들과 소통하겠다는 ‘새로운 정신’으로 무장함으로써
            또한 어떤 형태를 익히기 위해 <드로잉> 작업을 반복한다. 일종의 ‘머슬 메모     스스로 알 껍데기를 깨고 나오기를 진정으로 기대해본다.
            리’를 습득하는 과정이다. 종이에 뭔가를 그리면서 정보를 습득하고,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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