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P. 29
202207-10_oil on canvas_45.5x37.9cm_2022
는 데 충실해지려 한다. 고람의 작품을 좋아하는 것은 처음 알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풍까지 닮을 필
요는 없겠지만 은둔처사(隱遁處士)의 상징인 매화를 즐겨 그린 고람처럼 고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에 보이던 자신만의 색채 스펙트럼이 보다 강화되고 확 지영 작가도 자연 속에 은둔하듯 풍경 속 집을 즐겨 그린다. 물론 집이, 정물
고해지는 듯하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물감 색채는 무엇인가. 이, 풍경이 중요한 것은 아니며 이들은 그림을 위한 하나의 기호에 지나지 않
겠지만 작품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자기들끼리 이상한 연대를 결
소재에 대한 가독성을 방해할 수 있는 색감, 사전에 지정했지만 회색으로 읽 성하며 이것은 집이고 이것은 정물이고 이것은 풍경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저
히는 색이다. 다작을 하는 편이라 시기별로 선호 색감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 안개를 걷어내면 좀 더 명확한 풍경을 가늠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결코 해
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내지 못할 일임을 미리 안다. 작가는 풍경에 안개를 뿌리며 작품을 파악하려
는 관객에게서 멀리 도망간다. 이것이 작가가 말하는 거리감의 또 다른 말일
작품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가. 까. 작가가 의도하든 안하든 풍부한 색채 속에서 충분한 시각적 미감은 쾌감
을 불러일으킨다. 유최진(柳最鎭/1791~?)을 맹주로 한 벽오사(碧梧社) 작품
기본 질문이 아이디어였다. 즐거움을 주는 형태적 가치 vs 리얼리티. 좋은 예 의 특징이 극대화된 화면의 조형성이라고 한다면 벽오사 동인인 고람의 작품
술은 긴 시간에 걸쳐 형태를 바꾸며 즐거움을 제공해준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 을 좋아하는 고지영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진
런 점에서 회화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고람 전기의 작품이 참 좋다. 대, 화면의 조형성을 극대화시킨 작가의 작품에서 우리의 눈은 끝도 모를 시
각적 즐거움을 만끽한다.
27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