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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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 강화성당 외삼문 성공회 강화성당 종
단청은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간결하게 긋기단청을 하여 심플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일제 침략의 상처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943년 일제는 태평양전쟁
뇌록과 석간주로 바탕색을 칠하는 가칠을 하고 먹분선을 그은 긋기단청을 하 을 벌이며 정문인 외삼문 계단의 철난간과 내삼문에 걸려있던 종을 전쟁물자
였는데 회화에 비유한다면 미니멀아트에 해당될 것이다. 로 징발해 갔다. 그래서 1914년 영국에서 기증한 종은 없어졌고, 지금은 1989
부연 부리에는 교회를 상징하는 십자가 문양을 그려 넣은 것이 특이하며 , 연 년 교우들의 봉헌으로 새로 만들어진 종이 걸려 있다. 새로 만든 종은 불교의
목 부리에는 삼태극을 그려 넣었다. 도리와 장여, 사래의 머리에는 태평화로 범종 양식에 십자가와 성경 구절을 담아 성당의 종으로 만들어졌다. 종의 고
단청 채색하였는데 간략하게 변형된 형태이다. 리는 성령의 불꽃을 표현한 것이고 종의 몸통에는 라틴 십자가(Latin cross)
성당의 내부에는 단청을 하지 않은 백골집 상태로 나무 자체의 아름다움을 살 와 4개의 원안에 물고기 문양, 요한복음 1장 1절 등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려 목재의 따뜻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하단에 당좌(撞座)로 보이는 둥근 십자가는 큰 원에 대각으로 작은 원 4개를
배치하여 십자가와 원이 결합된 몰타 십자가(Maltese cross)와 비슷한 형태
성당으로 들어가는 정문인 외삼문은 솟을삼문으로서 계단아래에서 보이는 가 새겨져 있다.
처마의 곡선이 매우 아름답다. 지대가 높다보니 앞쪽으로 경사가 급한 돌계단
이 높게 설치되어 있고 양옆으로 크고 작은 자연석으로 높은 석축을 쌓았으며 이처럼 성당 건물을 한옥으로 사찰의 가람배치에 따라 짓기 위해 목재는 100
간결하게 담장을 둘렀다. 처마 밑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聖公會江華聖 년 이상된 백두산 적송을 신의주에서 뗏목으로 운반해 왔고, 경복궁 건축에
堂(성공회강화성당)'이라고 새긴 현판을 걸었으며, 빗장문에는 둥근 원에 태 참여했던 기술이 뛰어난 도편수를 데려다 지었다고 한다. 성공회 신부들이 선
극의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바탕색을 칠하고 검은색으로 십자가를 그려 넣었 교의 토착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드렸는지 짐작할만 하며, 단청이 불교
는데 처음 와보는 사람은 성당의 문이라기 보다는 마치 어느 사당이나 향교의 의 사찰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건물에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
문을 들어가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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