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2년 12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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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경, 나비 사랑을만나다, 2022                                 박혜경, 레몬트리, 2022










            프렌치 스타일에 담긴 여백, 꽃의 직관적 마티에르                     태의 리스, 이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 이들은 전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직관화 된 후렴구와 같다. 고양이를 흔히 ‘나비’라고 부른 이유도 이 때
            박혜경의 그림엔 디테일과 더불어 색의 여백이 살아 숨쉰다. 꽃을 어렌지먼트       문이었을까. 민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의 창의성은 <나비 사랑을 만나다>
            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숨 막히는 꽃무더기를 피해야 조화로운 꽃꽂이가        라는 제목에도 반영돼 있다.
            되듯, 민화에서 영감을 얻은 구성과 한국화의 여백, 복잡한 것을 덜어내는 ‘삶
            의 과정’을 그대로 그림에 연결한 것이다. 우아하고 무게감 있는 그림보다 ‘박     박혜경의 그림을 보면 행복이 저절로 온다.
            혜경의 노래 같은 그림’을 담는다. 최근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스케치
            하고 캔버스로 옮긴 후 바탕을 칠하고 직관적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박혜경은       박혜경의 그림엔 타원구도가 유난히 많다. 작가는 “It’s my world. 내 세상이
            꽃을 그리는 것이 우주와 만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꽃꽂이는 있는 대상을        원안에 담겨 있다. 타원을 뚫어져라 바라보면 작품의 구성이 저절로 떠오른다.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린다는 것은 상상의 꽃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번 전       마치 노래의 음감이 떠오르는 과정과 같다.”고 말한다. 이전 전시제목 “행복이
            시에서는 같은 대상을 두 개씩 다른 색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등장한다. 색의       배달되었어”는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순간 행복이 눈앞에 선
            감성으로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작고 소박한 데이지를 그리거나        명하게 펼쳐진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행복의 확고한 단정은 “하고 싶다, 될 거
            나비의 형태가 자주 등장하는데,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색에서 오는 본질이다.      야” 같은 이루어지지 않은 갈망이 아니다. 완벽하게 행복한 상태라는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확고한 고백에 전시를 향한 따스한 순수가 담겨있다.
            꽃 사이에 등장하는 여성을 사람들은 ‘박혜경 자화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 대상은 여성 그  체, 바로 모성애의 원형인 ‘엄마’가 투영된 것이다. 행복을   “나는 앞날을 계획할 수 없다. 나는 뜻밖의 일들을 받아들일 줄 몰랐다. 14살에
            가꾸고 피우고 지켜낸다는 여성의 본능, 화려하지 않지만 순수한 데이지를 그       꿈을 이뤄선지 너무 강인함만 좇은 사람이었다. 중년의 삶 속에서, 다가오는
            리는 것과도 연결된다. 실제 소개된 작품 중 많은 형태가 ‘부케(bouquet)’인  수많은 우연을 즐기는 법을 이제야 알게 됐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가볍게 산
            데, 부케란 프랑스어로 꽃다발의 어원이지만 내밀하게 들어가면 ‘작은 숲’을       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옳아 매는 것과 같다. 내가 그림에 도전한다는 것
            상징한다. 어우러져 피어난 색의 향연처럼,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그림, 내어       은 14살 소녀시절로 돌아가 모든 우연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에 정답이 있
            주는 사람으로서의 의미를 담고자 한 것이다. 노래를 내어주고 또 다시 그림       을까. 무게감 있는 또 하나의 왕관을 쓴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하루 20시간을
            을 내어주려는 행복한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바로 ‘아티스트 박혜경’이다. 작      그리는 지금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
            품엔 동물과 하트구성이 숨은그림찾기처럼 등장한다. 하늘에 매달린 하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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