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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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북엇국 한 입
글 : 장소영 (수필가)
모처럼 광주에 아침까지 앞이 안보일 만큼 눈이 내리고 있다. 략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하지만, 무언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경계를 늦출 수
동복댐 수위가 20%대라며 물 절약 권고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와 심 없어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매일이다.
리적인 부담을 주는 형국인데 마침 고마운 눈이 아닐 수 없다. 창밖 풍경에 마
음은 뺏겼지만, 머릿속은 아침 먹을거리 검색으로 분주하다. 날씨가 추워지 오늘은 황태북엇국이다.
면서 굴 무국, 매생이국, 몸국 등 자극이 적고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는 국물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강추위 속에서 숙성된 황태를 잘게 찢어놓고
을 자주 선택하는 요즘이다. 오늘은 무얼 먹어볼까나? 이미 어젯밤 잠들기 전 참기름에 다글다글 볶아 쌀뜨물을 부어 푹 익히다가 중간에 콩나물을 넣어준
결정을 내놓고도 망설이는 자신이 퍽 실없다. 혼자서 먹는 아침 한 끼에 이렇 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마늘, 청양고추, 대파로 마무리하는 초 간단 북엇국.
듯 공을 들이는 까닭이 뭘까. 그렇다. 나를 위한 한 끼지만 사실 내가 아닌 아 무쇠냄비의 잔열로 끓고 있는 북엇국에 계란 한 알을 톡 깨트리고 국물을 끼
들을 의식해서다. 얹어 이불을 덮듯 온기를 더해준다. 호박, 생 표고버섯, 양파, 새우가루를 섞
어 부친 호박전과 오이더덕무침, 오크라 절임, 갓김치. 단출하지만 나의 에너
균형 있는 식단인지 대충 차린 게으른 식단인지 감시당하고 있는 1인 가구. 매 지가 될 아침 밥상을 차려낸다. 인증사진 한 장을 엄숙하게 남기고 오래 끓여
끼 차림 사진으로 아들에게 보고를 해야만 하는 과업이 주어져 있다. 나름 신 부들부들 고소한 북어살을 콩나물과 함께 오물오물 씹어 넘긴다. 시원하면서
경 쓴다고 냄비도, 그릇도 음식에 맞게 차린 예쁜 밥상도 단백질이 모자라다 도 칼칼한 국물이 연이어 목을 타고 넘어가면, 눈밭에 나뒹굴어도 따뜻함이
느니 밸런스가 안 맞다며 지적당한다. 귀찮아 지난 사진을 슬쩍 끼워 놓기라 식지 않을 것만 같다.
도 하는 날엔 어떻게 알아차리는 건지 잔소리 소낙비가 좍좍 내리 퍼붓는다.
요사이 아들이 매우 바쁜 거 같다. 때는 이때다 싶어 사진 전송을 얼렁뚱땅 생 나는 타고난 미식가도 아니며, 솜씨 좋은 손맛을 내세울 수준의 요리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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