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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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hrpark           Ölschrank Superman, 2022,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64×44×10cm
























                                                Stefan 작가 사진



            자본의 본질은 신뢰와 약속이다. 더 가지려는 욕심은 ‘자본중독’을 낳고, ‘이것’
            없이는 살 수 없고 ‘이것’만으로도 살 수 없는 사유를 낳는다. 있어도 걱정, 없
            어도 걱정인 자본, 그 안에서 인간의 노동은 진짜 가치를 훼손한다. 작가는 노
            동을 삶의 가치라는 복잡 미묘한 함수 관계를 ‘캐비닛과 텅빈 공간’으로 풀어
            낸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을 연상시키는
            작업방식은 자본화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반성하는 가운
            데 성장해야 한다는 ‘생의 철학’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정치・경제・
            미학 등의 여러 활동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고, 권위와 복종의 상호관계를 작
            품을 통해 해명하려 한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만든 물신주의(物神主義)의 사
            고 안에서 공장근로자들의 물건들을 담은 캐비닛은 사적(私的) 의미보다 ‘근
            로자의 공적 근로’를 위해 존재한다.
                                                                                    Spind Collab mit Rayk Amelang (CURT)
            진지한 유머, 노동을 향한 예술가의 자세

            작가의 그림은 언뜻 보기엔 ‘도시를 유쾌하게 그린 스트리스 아트’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 안엔 독일 작가 특유의 고차원적 철학이 담겨 있다. 과잉성장     맨의 이미지는 욕망을 좇는 자본화된 삶을 보여준다. 벌거벗은 채 캐비닛을 가
            에서 오는 거미줄 같은 노동자의 일상이 ‘공허한 폐허’ 같은 공간 속에 ‘철저한    득 채운 희화화(戲畫化)화된 나체의 인물상 속에서 작가는 우리의 생각을 반
            고발행위’로 그려진 것이다. 작가가 사실주의를 고집하는 이유는 미술이 갖는       전시킴으로써 ‘이 시대의 노동과 가치’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스테
            가장 쉬운 표현을 통해 기회가 평등하지 않은 현대사회 속 삶의 조건을 재인식      판의 그림에서 발견되는 진지한 유머, 작가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비판
            하는데 있다. 지극히 현실적인 작가의 표현방식은 캐비닛을 그린 작품 속에서,      을 통한 대안’을 통해 힘든 현실을 중화(中和)시키는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다.
            인물이 배제된 그림들 속에서 ‘가공과 산업화’라는 독일사회(혹은 도시화된 오
            늘의 삶)의 아이러니를 다양한 흔적들로 드러내고 있다. 캐비닛에 자리한 노       3월 2일 목요일부터 5일 일요일까지 BAMA 아트페어(부산벡스코, 헤드비갤
            동의 흔적들은 도시 안에 던져진 우리의 현실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은 슈퍼      러리 부스 No.F12)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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