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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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 자료는   cr ar t1004@hanmail.ne t  문의 0 10-6313- 2 7 4 7 (이문자 편집장)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버드나무_한강2, 자작나무에 천연옻칠, 자개, 60.5x60.5cm, 2022        불꽃축제, 자작나무에 천연옻칠, 자개, 45.5x45.5cm, 2022







            그렇게 작가는 자연의 원형 그러므로 원형적 자연을 찾아 나선다. 그러므로        여기에 옻칠은 그 생리가 까다롭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어야 경화
            어쩌면 진정한 자기(불교에서의 진아), 잊힌 자기_타자를 찾아 나선다. 그렇      하는데, 사람으로 치자면 최악의 조건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좋
            게 찾아 나서면서 사막에 서고, 소금호수에 서고, 세상 끝에 선다. 여기서 세상    을 것이다. 여기서 타이밍이 중요한데, 경화와 함께 색의 변색도 같이 진행된
            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아득한 풍경, 막막한 풍경, 가없는 풍경, 여기와    다고 보면 된다. 경화가 진행됨에 따라서 최초의 색상 그대로 남아있지도 않
            저기, 이쪽과 저쪽을 가름하는 풍경이 모두 세상의 끝이다. 세상의 끝이면서       을뿐더러, 여차하면 색의 감도(색상과 채도)가 떨어지기 쉽다. 이런 난이도 때
            동시에 세계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한 풍경이다. 실재하는 풍경이면서 동시에        문일까. 깊고 어두운 색감의 화면에 비해, 작가의 그림에서처럼 파스텔 톤의
            어쩌면 마음속에 간직된 내면 풍경이다.                           부드럽고 우호적인 느낌의 화면을, 밝고 화사한 색감의 화면을 얻기가 더 어
                                                            렵다. 모르긴 해도 그동안 허다한 형식실험과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을 것
            자기 속에 또 다른 태양을 품고 있는 양 열기를 뿜어내는 사막, 그 사막 너머     이다. 그렇게 작가의 그림에서 색감만 놓고 보면, 단색이나 수평선이 중첩된
            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금호수,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는 곳, 하늘과 호수가 서     것 같은, 아득하고 막막한 느낌의, 화면 안쪽으로 깊이를 만들면서 확장되는
            로 반영하고 반영되면서 경계를 허무는 곳, 40도가 넘는 열기를 품은 바람이      것 같은, 그러므로 어쩌면 자연의 본성에 부합하는, 심플한 화면 구성이 미니
            라도 불어올 때면 자잘한 빛알갱이처럼 날아오르는 소금 입자들, 그리고 칠        멀리즘을 상기시키고, 색면화파의 추상회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자연감정 그
            흑 같은 밤에 투명한 깊이를 만들면서 발광하는 별빛이 불러일으킨 비현실적        러므로 평소 자연에 대한 작가의 감정이 자기표현을 얻고 승화된 형식을 얻
            인 풍경과 같은, 실제로는 수년 전 호주에서의 여행과 체류 경험을 의미하는       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것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때 그 인상 그대로 남아 작가의 작업을 견인하고
            있다. 그동안 사막에서 소금호수로, 그리고 재차 버드나무로 소재가 바뀌었        그 위에 작가는 버드나무와 때로 불꽃놀이와 같은 일상적인 소재를 자개로
            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한참 동안 반복 상징으로 남아있고, 원형(그리고 원형      붙여 표현하는데, 작가의 그림에서 버드나무와 불꽃놀이는 각 정형과 비정형
            적 풍경)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라는 차이를 제외하면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자개를 세로로 길게 잘라
                                                            마치 점을 찍어나가듯 연이어 붙여 고정하는 끊음질 기법을 구사하는데, 부
            그 원형적 풍경을, 원형적인 풍경에 대한 인상을 작가는 옻칠과 자개로 그리       드럽고 유연한, 불어오는 바람에 반응이라고 하듯 허공을 흔드는 버드나무
            고 붙였다. 어쩌면 옻칠로 칠하고, 그 위에 마치 드로잉이라도 하듯 자개를 붙     가지를 표현했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면서 일시에 쏟아져 내리는 불꽃을 표
            여서 그렸다고 해야 할까. 옻칠은 보통의 페인팅과는 그 생리가 다르다. 보통      현했다. 여기에 외부의 빛에 반응하는, 그렇게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변신
            페인팅 회화는 중첩된 터치가 모이고 흩어지면서 형태를 만들고 그림을 만든        을 보여주는 자개의 빛깔이 아마도 가녀린 띠가 만드는 섬세한 감각이 관건
            다. 그러므로 터치가 붓질 그대로 보존되면서 쌓이는 것인데, 옻칠은 평평하       인 끊음질 기법에 최적화된, 형식과 내용이 부합하면서 감각적 쾌감을 주는
            게 펴지는 성질로 인해 붓질 그대로 보존할 수가 없다. 회화에서의 붓질 대신,     경우라고 생각된다. 소금호수에서 올려다본, 칠흑 같은 밤에 투명한 깊이를
            다른 색층을 쌓아 레이어를 만든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사포로 표면을 갈아       만들면서 발광하던 별빛 이후, 때로 소멸을 위해 추락하는 유성이 보여준 비
            내면 부분적으로 밑칠이 드러나 보인다. 그렇게 갈아내는 과정을 통해서 비        현실적인 풍경 이후, 자연의 본성 그대로를 고스란히 포획한, 자연이 주는 감
            정형의 얼룩을 얻는, 마치 상처와도 같은 자국을 얻는, 때로 예기치 못한 우연     동으로 사로잡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된다. 아마도 미묘한 색층(그러므로 차
            적인 효과를 얻는, 그리고 그렇게 원하는 이미지며 질감을 얻는, 그러므로 사      이 나는 색감)을 포함하고 있는 심플한 색면 구성과 대비되면서 더 돋보이는
            포질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경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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