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전시가이드 2023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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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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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청벚꽃, 91x65cm, 장지에 과슈, 2022
4월 중순 이후에 만개했다가 곧 지는 운명이지만, 그림이 된 이 꽃나무는 꽃잎 더 잘 포착한다. 어린 시절의 골목길을 30년쯤 세월이 흘러 다시 찾으면 작
향기가 진동할 것 같은 생생함을 오랫동안 품고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 곧 고 초라해 보이거나, 그 시절의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의 색감을 발견해 놀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싶어진다. 이번 4월 개심사에 꼭 가봐야 할 것만 같다. 라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풍경은 그대로 거기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속
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에 따라 자연은 그 모습을 시시각각 변환해서
고영진 작가의 작품에서 작가는 시골집의 지붕을 보면서, 자연이 가진 모성 보여준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작가는 시골길을 차를 타고 달리면서 그 순간
을 떠올렸다. 자연을 벗 삼아 떠난 여정에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어머니 자연 을 잘 포착해 냈다.
을 만나 쉼을 얻었다. 시골집의 지붕은 늙은 어머니의 치마처럼 알록달록한
색을 자랑하기도 하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것을 품어 거칠어져 버린 어머니
의 손등 같기도 하다. 보수를 하지 못해 구멍이 뚫린 지붕이나, 깔끔하게 얹힌 나의 작업은 아름답고 즐거웠던 유년 시절로부터 비롯된다. 나에게 시골은 유
신식지붕이나 어떤 모습이든 가족을 위해 인생의 비바람을 막아주고 싶은 어 년 시절의 기억과 경험의 본고장이다. 동네 친구들과 바다와 산을 뛰놀며 보
머니의 마음은 동일하다. 낸 추억을 떠올리며, 세월의 흔적이 담긴 옛것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자
연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 속 사실적으로 표현된 자연물과 어우러지는 시
작가는 꽃, 새, 고양이, 집과 차 그 어느 것도 차별하지 않고 품어내는 자연을 골집 지붕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통해 자연의 모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나는
표현한다. 작가의 유년 시절이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의 시골 풍경 속 자연 산과 나무뿐만 아니라 시골집, 자동차 등을 소재로 함께 사용하여 자연의 포
이 품은 물리적인 색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 용력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력과 활기를 엿볼 수 있게 하였다.
은 과거의 그것과 ‘다른(좋아하는)’ 색을 보게 되고, ‘다른(보고 싶은)’ 형태를 -고영진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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