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P. 64
미리보는 전시
어떤여행, 37x20x25cm, 대리석, 2012
2025. 7. 22 – 7. 27 갤러리산 (T.031-321-5538. 용인)
조각가 이영주 10주기 추모전
업장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변함없는 일상을 토로하며, 한순간이라도 작
어떤여행 – Home 업하지 않으면 생활리듬 자체가 흐트러지는 ‘자기와의 계속된 경쟁’이란 위
기의식을 이야기했다. 말하자면 생활자체가 삶의 이유일 수밖에 없는 이 지
리한 반복적 일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오로지 작업에 전념할 수밖
에 없었다는 것이다.
글 : 최태만 (미술평론가)
그의 말 속에서 전업작가로서의 직업의식과 작업에 대한 애정, 장인근성과도
寓話의 나라.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같은 성실성과 근면함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그것이 카라라 출신의 조각가
이영주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곧장 이태리로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국내에 들에게 가진 나의 불만을 해소하는데 일정한 보탬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예 조각가이다. 필자 자신이 그와 비슷한 시기에 수학 작업활동을 자신의 존재이유로 여기며 열심히 작품만 제작한다고 꼭 훌륭한
했던 동문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야 그를 알 수 있었을 정도로 그는 우리 작품을 창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각가에게 더없이 필요한
에게 낯선 존재이다. 그런데 필자가 그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진 것은 올해 초 덕목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그에게서 노동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성실한 한 젊
쯤 잠시 귀국했던 그가 나를 찾아와 자신의 유학생활과 작업활동에 대해 이 은 조각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그것이 그에 대한 나의 신뢰를 형성하는
야기 하는것을 듣고 난 후였다. 그때, 필자는 이태리에 유학했던 작가들에게 주된 이유가 되었다. 고상한 말로 남을 설득하기 보다 생활자체를 담담하고
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된 어떤 특징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나의 생각을 밝 정직하게 털어 놓은 그의 태도에서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잊어버렸거나 혹은
힌 적 있다. 그것이 나의 선입견이었든 아니면 실제로 이태리에 유학했던 작 도외시해온 장인의 진지함을 발견했다면 필자의 판단이 과장된 것일까. 이영
가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한계였든 돌에 제한된 재료의 선택과 대리석을 공 주의 작품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든다면 그의 조각이 우화적이라는 점이다. 이
예적으로 가공한 결과가 빚은 장식성에 대한 나의 불만을 들은 그는 집과 작 런 점은 그의 작품이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의미와 상통한다. 실제로 그의 자
62
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