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전시가이드 2025년 07월 -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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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어떤여행-4, 30x24x33cm, 대리석, 2011
품은 서로 상이한 이야기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고 있으며 그것은 신화란 대체로 인간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었다. 그런 점을 주목해 볼 때, 이영
주로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이나 대상을 입체로 구현하고자 한 상상력의 결과 주는 자신의 ‘우화의 나라’에 걸맞는 신화를 창조하여 전파한 이야기꾼이자
이다. 조각은 평면 위에 환영을 그려내는 회화와 달리 재료와의 투쟁 속에 삼 음유시인이다. 그것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자유’를 매개로 이루어질 수 있
차원적 입체를 만드는 것이므로 그속에 우화적인 내용을 담아내는 것이 쉽지 는 상상의 왕국이란 점에서 그는 이 작은 영역을 가꾸는 타고난 설계사이다.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하고 있는 방법은 회화적 표현에 보 그러나 양질의 대리석 산지이자 세계의 대리석이 가공을 위해 집결하는 카
다 가까운 부조와 환조를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라라에서 다양한 성질을 지닌 돌을 골라 자신이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대로
깍고 쪼는 그는 돌에 생명을 부여하는 어떨 수 없는 조각가이다. 그의 작품이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에 있어서도 사람과 동물, 나무 등의 우리에게 익 지닌 따뜻한 정서처럼 그는 재료를 학대하지 않으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
숙한 형상들이며, 이 대상들은 하나의 풍경처럼 그의 작품 속에 아로새겨져 제를 썩 잘 구현하는 재능있는 조각가인 것이다. 세련된 기교보다 다소 투박
있다. 동물의 등 위에 앉아 있는 사람과 그 옆으로 펼쳐지는 신전의 풍경, 사 한 표현이 오히려 그의 작품을 더욱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점에 대
람의 머리 위로 나무가 자라고 그위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의 지붕 해 나는 지지한다. 고졸하며 명상적인 그의 작품은 분명 생활과 작업의 일치
이 펼쳐지는 그의 작품은 충분히 초현실적이며 민담처럼 구수하고 시처럼 아 에서 비롯된 것이며, 먼 이방에서 자신과의 투쟁을 통해 체득한 삶의 방식을
름답다. 표현방식에 있어서 부조와 환조의 결합을 통한 서술성의 획득만큼이 반영하고 있다. 작업과정에 있어서 그에게 주어진 자유를 자기정체성의 구현
나 그속에 담고자 하는 내용 또한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사적인 내밀성과 을 위해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또한 가치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
사회성, 남성과 여성, 한국적 정서와 서구적인 것 등 어떻게 보면 서로 대립적 나 그의 상상의 자유가 다소 도식적이란 사실도 지적하여야겠다. 그것은 대
인 요소들로 구성되고 있어 보는 재미와 상상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런 립적인 이야기구조의 반복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무엇보다 그 폭이 제
요소들이 그의 작품을 현실의 구체성을 심리적으로 재해석하게 만드는 장치 한적이란 점에서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의 기억에 오래남는 우화가 갖
이자 작품의 설화성을 강화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하여 그는 돌의 차갑고 육 가지 비유와 은유의 조직구조인 것처럼 나는 그의 언어가 보다 깊이있는 삶
중한 무기질적인 속성을 이겨내며 ‘회화적 조각’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 교훈을 되새기는 것으로 거듭나기 위해 넓은 상상의 바다 가운데로 나설
인간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과 욕말을 곧잘 신화를 통해 표현해 왔으며, 수 있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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