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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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Family car 71.1x71.1cm oil on canvas 2025      home. 71.0x71.0cm oil on canvas 2025




        관계맺기, 다시-봄                                      어루만지기, 하이퍼에서 감성색(感性色)으로

        남지형작가                                           남지형 작가는 동물학대라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극사실적 감성주의’라는

                                                        회화적 장르로 풀어내며, 단순한 고발을 넘어 ‘반성과 치유’라는 정서적 층위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를 작품에 녹여낸다. 작업은 감정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관람자에게 깊은 울
                                                        림을 선사하는데, 이는 사실적인 묘사력 속에 감정과 기억, 윤리적 성찰이 탁
                                                        월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동물 그림은 말 그대로 현실보다 더 현실
        한곳에서 만날 수 없는 동물들이 ‘가족 같은 관계’가 되어 모이는 상상, 남지형    같다. 털 한 올, 눈동자의 빛, 상처의 결까지 치밀하게 재현된 그림은 처음에는
        작가는 인권과 동물권(Animal rights)을 하나의 생명권 안에서 서술하면서,   미적 감탄을 이끌지만, 곧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작가의 동물들은 단
        동물 역시 고통과 학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상부구조에서 내려다        순한 생물적 객체가 아니라, 인간의 무관심과 폭력, 착취로부터 그림 안에서
        본 하부구조의 권력구조가 아닌 ‘평등한 존재’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 이      재탄생한 존재들이며 동시에 생명과 존엄의 상징으로 서 있기 때문이다. 사실
        는 동물을 ‘길들이기’에서 벗어나 ‘관계맺기’의 시선으로 확대한 작가만의 ‘어     주의는 그 자체로 감상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장르지만, 남지형은 이 장르를 ‘
        루만지기’ 프로젝트다. 어찌 보면 작가의 동물들은 모두 다른 종(種)으로 표출     도구’로 사용하여 현실의 부조리를 정면에서 맞선다. 그리고 이는 회피가 아
        되지만, 이는 자신만의 성격과 개성을 가진 ‘인간화된 존재’처럼 그려진다. 그     닌 직면(直面)을 유도한다. 마치 “이것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듯, 관람
        림 안에서 그들은 주체로서 당당히 존재하며, 통제의 수단이 아닌 자유의 존       자는 고통받는 동물의 눈을, 피부를, 상처를 어루만지며 ‘관계맺기, 다시-봄’이
        재로서 활동한다. 작가는 이러한 동물의 권리에 대해 “동물이 하나의 돈의 가      라는 명제를 확인한다는 뜻이다.
        치로, 음식으로, 옷의 재료로, 실험 도구로, 오락을 위한 수단으로써 쓰여서는
        안 되며, 동시에 인간처럼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개체로 받아들여져야 한       존재의 경계를 묻는 회화, 동물과의 교유(交遊)
        다.”고 주장한다. 작가의 그림에서 강조되는 ‘감성색(感性色)’의 에너지들은 공
        감(共感)에서 공생(共生)으로 나아가는 상호존중을 향한 키워드이다.           작가는 자주 동물 관련 다큐를 보며 그들의 생활을 배운다. 우리(Cage) 안에
                                                        갇힌 동물을 보는 것이 싫어서 동물원에 처음 간 것도 2023년 이후였다. 작가
        작가의 회화는 단지 동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      는 이기심의 반대편에서 동물을 생각한다. 그래선지 동물원의 상처 입은 동물
        겨온 “인간/비인간”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질문을 던진다. 작가가 말하는 “너와     들은 그림 안에서 치유되어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림 속 대상도 원
        나를 구분하지 않는 세상”은 존재의 본질적 평등을 요구하는 윤리적 상상이        숭이-사자-호랑이-타조 등으로 점점 확대되었다. 작가는 실제 밖(인간의 삶)
        며, 이는 철학적 사유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물음이기 때문이다. ‘동물 평      에서 얻은 상처를 그림 안에서 회복하면서, 붓질을 통한 ‘어루만지기’를 시도
        등권’을 향한 작가의 발언은 ‘약자생존(弱者生存)’을 경험한 ‘한국 근대의 트라    한다. 작가는 고백을 살펴보자. “내 붓질은 동물을 어루만지는 행위다. 그리다
        우마’로까지 확대된다. 동물원-박물관-백과사전처럼 인류는 근대세계의 발견        보면 지나간 상처들을 잊고 어느새 무념무상(無念無想)에 빠지게 된다. 최근
        속에서 모든 지식을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 의해 재편해왔다. 약자생존에 대      작품들이 극사실성(Hyper-realism)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이유는 그림 안
        한 인간의 이기심은 결국 모든 동물권에 가치조차 “길들이기”로 규율화 시켰       에서라면 모든 아픔이 해소되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는 과정에서 치유 받았듯
        고, 이는 동물이 누려야 할 자연적 권리마저도 이탈시키는 현상을 초래했다.       이, 내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이 아픈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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