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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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Frédéric Dégranges, Rose de Vichy, 91 x 91 cm, ink on paper, 2016 ©ADAGP
(우) 이진이, 천 개의 기도, 겨울, mixed media on canvas. 162.2 x 130.3cm, 2024 ©ADAGP
며 인식 작용에 의해 상징화한 색채들로 각각 ‘춘하추동’을 구성하였다. 결과 품처럼 수천 개의 순간이 축적된 듯이 서로가 더해져 빛나고 광학적인 진동 표
적으로 그녀는 특유의 독자적인 작품 표현기법을 형성하였으며 조형예술의 면을 형성한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프레데릭 데그랑주와 이진이 작가의 단순
시각미와 정감성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그녀의 대표 작품은 「천 개의 기도」 연 하게 연결된 ‘시각적 인식’이 서로에게 연동하는 동시에 양자의 ‘헌신적인 상
작이다. 초반 작업부터 정확히 1000그루의 나무들을 계획적으로 배치하여 숲 상력’이 극적으로 만난 셈이 아닌지 싶다.
을 이룬 형상의 작품으로써 자연의 특징을 <단색화 풍>으로 압축시킨 사계절
로 구성되었다. 그 중 『천 개의 기도, 겨울(2024)』은 한국의 사계절 중 다음 해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이진이 작
의 새로운 시작인 봄을 위해 에너지를 저장하며 때를 기다리는 치유의 계절을 가는, 색채의 '상징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낸다. 예술가의 표현법에 대한 개인
표현한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이진이 작가가 캔버스에 혼합 재료를 활용해 의 역량은 경험에 의해 생성된다. 인간의 경험은 감각 기관을 통해 시각화 된
서 동양적 정신이 깃든 ‘연속’ 및 ‘반복’ 기법에 중점을 두는 반면에, 프랑스 출 대상의 색채를 지각하고 인식함으로써 축적된다. 따라서 각자 체험하는 미적
신의 서영화가이지만 전형적인 동양의 재료인 <종이> 위에 <색채 잉크>를 경험의 질과 양에 의해 색채의 해석에 대한 개별성이 성립된다. 즉 회화에서
활용해서 기하학적 반복기법에 천착하는 작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오를 색채는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물리적 작용에 의한 것만 가리키는 것이
레앙이 낳은 천재화가’로 불리면서 유럽 현대화단의 대표적 중견이자 세계적 아닌 인간의 정서와 심리적 현상이 반영된 조형적 감성 언어로써 미술 표현의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 자리매김한 Frédéric Dégranges(프레데릭 데 중요한 영역인 것이다. 새롭게 성립된 개념은 지금까지 겪었던 어떠한 미적
그랑주)이다.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통해서 그림 세계에 눈을 뜬 이래, 벨기 가치와 감수성의 경험에 의해 감각과 감정의 영역에서 생성된다. 그녀는 계절
에 출신의 Hergé(에르제)를 비롯한 당대의 <만화 거장>들의 작품들을 모작 마다 변화하는 나무와 숲, 즉 자연의 유기적 이미지에서 개인의 내재된 경험
하면서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1987년 ≪앙굴렘 미술학교≫에 을 토대로 상징적인 색채를 선정하여 적용한다. 나무의 변화를 각각 분홍(봄,
입학 <만화 전공>으로 주특기를 살린다. 그 당시에 그는, 종이를 보지 않고도 축복의 계절), 초록(여름, 생명의 계절), 노랑(가을, 영광의 계절), 흰색(겨울, 치
마치 <속기>를 써 내려가는 듯이 자신이 상상하는 자연을 현실에 투영하면 유의 계절)의 상징화된 색채로써 표현하여 분별성을 통해 개별적인 연상 작용
서 기하학적 문양들을 반복하는 「무한 에스키스」기법을 발명해낸다. 그러다 을 일으켰으며 이를 통해 사계절의 시간성을 작품에 적용하여 자연의 심오한
가, 1990년부터 수많은 《TV 시리즈》의 「스토리보드」아티스트로써 <에니메이 질서를 표현하였다. 이에 따라 숲에서 파생되는 생명체들의 순환 과정에 의
션> 분야에서 맹활약한다. 어느날 갑자기 ≪ 보는 방식의 그림 ≫을 구상하면 한 ‘윤회성’을 기반으로 인간의 삶에 대한 내면의 정신적 관철과 성찰을 이어
서 프레데릭 데그랑주는 점점 ‘직업적인 작업’에 실증을 느끼게 된다. 그때부 간다. 이처럼 이진이 작가의 『회화』에서 색채는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적
터 줄곧 그는 <이미지>를 거부하고 사물의 구체적 형태에서 벗어나 <사상> 세계를 이미지화 하여 일차적으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무의식
을 표현하는데 전념하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미니멀리 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작품으로 하여금 전달하는 예술가의 내재된
스트 실험 음악계≫의 거장라 몬테 영, 토니 콘라드, 샤를마뉴 팔레스타인에 감정과 정서적 호소의 자극은 직 간접적인 교감으로 이어진다. 이로써 색채는
이어 스티브 라이히와 엘리안 라디게등의 음악에 심취한 상태로 새로운 창의 곧 예술적 감성 언어인 것이다. 필자는 이진이 작가가〔ADAGP 글로벌 저작
성과 에너지를 창출하는 작업에 빠져버린다. 2009년에 제작한「Frame」을 시 권자〕의 ‘종신회원’ 자격으로, 나무와 마찬가지로 쑥쑥 성장하는 과정에서, ‘새
작으로 반복적인 ‘추상 무늬’와 ‘미니멀 드로잉’에 이어지는 ‘무수한 선의 반복’ 로운 정신’이라는 거름을 꾸준히 부어준다면 반드시 ≪글로벌미술생태계≫가
작업을 통해 마침내 《시간의 시각적 음악》시리즈를 완성해낸다. 그의 대표작 인정하는 거목으로 거듭나리라 확신한다.
『Rose de Vichy(2016)』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선들은 마치 이진이 작가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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