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P. 42
이주연 컬럼
노진아 작가
나를 반영하는 기계와의 소통, 그리고 기술로 확장되는 감각의 재구성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진화적 키메라-가이아_인공지능 기반 인터렉티브 두상, PLA, 철, 등의 혼합재료_250×640×710㎝_2024
교육부 주도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2025년 초·중등 미술 교과서가 세 한다. 고등학교 『미술창작』(씨마스, 2025)의 ‘인터렉티브 미디어 아트, 함께 호
상에 나오게 되었다. 비디오 및 미디어 아트에 한정되던 종래와 달리 이번에 흡하다’ 단원에서는 다중 감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하
개정된 미술과 교육과정은 동시대 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강력히 요구 는 예로서 작가의 ‘음을 걷다’(미디어 설치/400×225×4,500㎝/2019)가 제시되
한 덕분에 이에 의거하여 개발된 미술 교과서에는 최신 작품들이 대거 게재 었다. 여기에서는 인터렉티브 기술을 통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는데, 기술
될 수 있었다. 기존에는 미술사 연대기표 끝에 설치미술의 사례로 동시대 미 의 일부가 되어 작품과 감각적으로 교류함으로써 관람객은 감각의 재구성과
술이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바뀐 교과서에는 AI, robot, 복제인간, 인지적 전이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실질적 체험을 맛본다. 중학교 『미술2』(
AR·VR·MR·XR, NFT, metaverse, interactive art 등 digital media 관련 단원 씨마스, 2025)의 ‘디지털 예술 세계와 인공지능’ 단원에서는 대규모 데이터를
들이 포진되어 있다. 동시대 미술과 미디어/디지털이 동의어는 아니지만, 이 처리하는 AI와 예술가와의 협업 사례로서 작가의 ‘테미스, 버려진 AI’(혼합재
의 소개가 적극적인 단원 구성으로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중요 유파의 개념 료/300×250×250㎝/2021)가 제시되었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도구로 사용되
에 속한 것도 아니고 매체 방법론으로도 딱히 내세울 만한 적절한 교육적 이 는 기계의 수준을 넘어 이를 매개로 인간의 내면과 감각을 탐색하는 실험의 장
슈가 적기도 했으며, 응용 프로그램의 활용이 제한적이라 직접적인 표현 활동 을 펼쳐 보이며 인간을 닮고자 하는 로봇 테미스(Themis)를 소환한다. 그리스
과 연계되지 못하고 체험이나 감상 활동에 머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화 속 법과 정의, 율법의 여신이자, 시공간에 속한 존재들의 질서를 바로 세
우는 역할을 하는 테미스는 그 이름만큼 이 작품이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는 인
미술 교과서가 동시대 미술에 보다 활짝 열려 있는 지금 이 시점에 대화형 AI 간과 기계의 존재에 대한 강한 자각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상징한다. 매체 탐
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받는 대표적인 미술가이자 새로 바뀐 미술 교과서에 즐 구에 목적을 두고 2022 개정 미술과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제안된 고등학교 『
겨 소개된 인기 미술가가 바로 노진아 작가이다. 노진아 작가는 기술 문명의 미술과 매체』 교과서 중 미진사(2025)의 ‘움직임은 아름답다’ 단원에서는 기계
발달 안에서 재정의되는 인간과 인간 아닌 존재, 즉, 생명과 기계의 정의에 질 로봇에 대한 일반적 설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만든 기계 생명체와
문을 던지며 인간과 기계, 기술과 감각, 주체와 타자라는 철학적 경계를 탐구 예술, 권리와 윤리에 대한 탐구 활동의 사례로서 작가의 ‘나의 기계 엄마’(혼합
40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