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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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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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 봉분이 있었다. 더 내려가 내부를 둘러보니 세상에나! 예배의 장소가 아닌 흑사병만이 아닌 후스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 역시 이곳에서 예술
해골과 뼈로 갖가지 장식을 해 놓은 불가사의의 별천지가 아닌가. 이 되어 기려지게 되었는데, 기이한 모양새에도 불구하고 그 속내를 알고 보
면 서글픈 결말이다. 같은 심경인지 다른 방문객들 역시 목소리를 낮추고 예
놀라움 속 단박에 두 눈을 사로잡은 것은 천장 한 가운데의 커다란 샹들리에 의를 갖추는 엄숙함을 보이고 있었다. 사람의 뼈로 만든 각종 예술품이라니,
였다. 인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뼈를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꽃 줄과 사슬 등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도 다양한 뼈를 사용해 교묘히 꿰어맞춘 것이었다. 쾡한 두 눈의 해골 위 촛
대 위엔 타다만 여섯 개의 초가 있었는데 깜깜한 밤에 여기에 불을 켜고 껐을 죽음과 죽음 이후를 대하는 우리와 서양의 사유 방식은 어디서 차이가 나게
상황을 상상하니 온몸이 오싹해졌다. 된 것인가. 불교적 세계관에선 정신과 육체를 하나로 이해하여 사람이 죽으
면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로운 생명을 얻어 환생한다는 윤회
샹들리에 주변 네 개의 피라미드도 정강이뼈를 한 개씩 입에 물고 있는 해골 설이 중심이다. 춘하추동의 사계절과 반복되는 자연현상을 근거로 삼는다.
인데 위에는 아기 천사들이 귀엽게 트럼펫을 들거나 불고 있었다. 참으로 이
해하기 힘든 기이한 조화였다. 게다가 성당의 주인이었던 슈바르젠베르 가 소위 카톨릭적 세계관에선 과거-현재-미래라는 직선 구조로써 시작과 끝이
문의 문장까지도 모조리 회칠된 해골과 각종 뼈로 이루어진 채, 살아있는 자 있다. 그래서 어제보다 오늘이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낫다는 발전적 관념으
들을 반겼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세들레츠 로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끝없이 진보한다는 사상의 배경이 된다. 그네들의
성당 입구 위에 적혀있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해골’ 하면 사체 및 공포심을 세계에선 정신과 육체는 명백하게 나눠진 객체인 것 같다. 그것이 죽음과 삶
유발시키는 것인데 여기선 인생의 덧없음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은 아닐지 에 대한 그들과 우리네 태도의 차이를 낳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단 생각을 해봤다.
결국 유골을 대하는 형식과 질서를 정하는 것도 인간의 관념이다. 해골 성
4만 여명의 유골이 묻혀있는 이곳 해골 성당은 독특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 당에서 이 두 세계의 차이란 지역적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
다. 14세기 유럽을 공포로 물들였던 흑사병,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를 계를 인식하는 인간이 어떤 사고를 지녔냐에 따라 부여되는 것임을 깨달을
통해서도 당시의 처참함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어나가 매장 수 있다.
할 곳이 부족해 길거리에 나뒹굴던 시신을 세드레츠키라는 수도사가 수도
원 지하실에 모으기 시작했단다. 그 수도사는 ‘나중에 유골들을 발견하면 부 느끼는 개인차는 있겠지만, 망자에 대한 터부와 숭배로 이뤄진 한국적 관념
디 편히 쉴 곳을 마련해 달라’는 유언과 함께 유골들과 지하실에 묻혔단다. 에서 바라본 해골 성당은 색다른 맛이 있는 곳이다. 유골로 이뤄진 장식은 기
괴함을 떠나 아름답다고 느꼈고, 죽음을 대하는 세계관의 충돌을 날 것으로
이후 1870년 수도원 건물을 매입해 대저택을 지으려던 슈바르젠베르 남작 느낄 수 있어서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저 유골들은 성당 한편을 장식
에게 발견됐고, 남작은 체코의 나무 조각가 프란티제크 린트에게 유골로 장 할 테고, 그들의 텅 빈 눈구멍을 바라볼 생자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
식한 성당을 만들어 달라 의뢰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춘 세들레츠 성당이 등 묘하기까지 하다.
장하게 된 것이었다.
세들레츠 납골당에서 다시 쿠트나호라 역으로 나오는 길은 여전히 잿빛 구
•한맥문학 등단 /•전남일보 연재 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람도 거셌다. 역에서 연착하는 기차를 기다릴 때는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느닷없이 희뜩희뜩 눈발까지 흩날렸다. 오래전 비운의 이야기를 품은 채, 지
•광주매일신문<무등산문학백일장> 금은 유골로 함께하는 망자들의 과거를 기억해 달라는 것인지, 스산하기 짝
23년 산문 우수상 수상
•광주매일신문 < 무등산문학백일장> 이 없는 회색빛 역 풍경이었다.
24년 종합대상 수상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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