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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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후기
경계를 넘어, 예술로 만나는 고향의 감성
‘고향으로의 여정(Journey to Homeland)’
전시회를 다녀와서
글 : 마틸다 김 (와싱턴주 한인미술인협회 회장)
미국 워싱턴주 벨뷰(Bellevue)는 첨단 기술과 경제적 번영을 자랑하는 도시 스탄 조각가는 브론즈를 활용해 시간과 이주의 무게를 품은 조각상을 만들
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진 다문화 도시이기도 하다. 이런 벨뷰에 어냈다. 이란 화가는 타피스트리 기법으로 고향 풍경을 거대한 양탄자에 새
서 주목할 만한 문화 프로젝트가 열리고 있다. 바로 벨뷰시가 추진하는 ‘경계 겼고, 중국 작가들은 전통 산수화와 서예, 도자기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
없는 다문화 센터(Cross-Cultural Center without Walls)’ 프로젝트다. 이 일 화를 노래했다.
환으로, 최근 유안 루 아트센터(Yuan Ru Art Center)에서는 특별 전시회 ‘고
향으로의 여정(Journey to Homeland)’이 열렸다. 한인 작가들의 작품은 특히 눈에 띄었다. 달항아리의 유려한 곡선, 조각보의
따뜻한 색채, 수묵화와 민화의 현대적 변주가 한국적 미감을 전하면서도 세
이번 전시는 7개국 이상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고향’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계 시민으로서의 시선을 반영했다. 벨라 김은 재활용 재료를 활용해 조각보
매체와 해석으로 풀어냈다. 특히 워싱턴주 한인미술인협회(KAAW) 소속 작 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고, 팻시 서 오코넬은 한글의 조형미를 수채화에 녹
가 22명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고향을 향한 감정은 국적과 언어를 넘어 하 여 동양적 사유를 담아냈다. 김향은 색동옷을 입은 인물화를 통해 1세대 이민
나로 이어졌고, 그 안에서 다양한 정체성과 문화적 뿌리가 조화를 이루었다. 자의 삶을 기념했으며, 에밀리 원은 구리철사를 이용해 감정의 선율을 캔버
스에 새겼다. 이 찬주는 단군신화를 소재로 한 비디오아트로 민족의 뿌리를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독창적인 방식으로 고향을 재구성했다. 멕시코 작가 탐색했으며, 제니퍼 서는 종이를 이용해 조선백자와 박카스 병을 3D 조각으
는 전통 자수를 현대 조각과 접목해 찬란한 색채미를 선보였으며, 아프가니 로 표현, 시간성과 기억을 사유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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