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전시가이드 2021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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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의 전시포커스
도시본색(The Floating World), 100x126cm, 2021
노반의 모던풍속, 도심 속 이야기들을 채집하겠다는 노반장의 각오라고 해야 할까. 노반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Dynamic Seoul! 높은 빌딩이 샘솟는가 하면 저 멀리 아
서울 읽어주는 여자 득한 서울풍경이 산수화 같은 미감을 조성한다. 심원과 평원의 묘사가 도시의
외관을 담는다면, 도심의 속내(深遠) 이른바 사람들의 내밀한 욕망은 모던풍
속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들로 묘사된다. 이른바 ‘서울 프로젝트', 작가는 스
스로가 관찰자가 되어 도시의 거시적인 외연을 묘사하는가 하면, 적극적인 산
글 :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책자로 변신해 도심의 미시적인 내면을 풍속화처럼 그려낸다.
국회아트갤러리(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 국회의원회관 1F)에서는 3월 서울풍경에 대한 유쾌한 심미안
3일부터 30일까지 《모던풍속, 서울 읽어주는 여자》 전시가 열린다. 기획은 바쁜 서울이라는 공간은 요지경 같은 어수선한 풍류 속에서 더욱 우리를 사색
S&S pro'j (이상비대표)가 맡았고, 주최는 김웅 국회의원실에서 후원했다. 도 하게 한다. 나이를 알 수 없는 노반의 깊고도 가벼운 도시해석, 작가는 사색하
시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소소한 삶,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생활을 작 는 시인처럼 깊이 있는 풍자를 다루다가도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가만의 탁월한 해학과 풍자로 담아낸 전시다. 노계선 작가에게 서울은 소름이 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 같은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다
돋을 만큼 가슴이 뛰는 곳이다. 각박하고 지친 곳이 아닌 자신만의 인생을 펼 루기 어려운 도시의 욕망을 파헤친다. 이번 국회 전시에서는 속칭 모던 춘화시
쳐내는 충만한 에너지로 가득한 곳, 그래서 작가는 스스로를 “서울텔러(Seoul 리즈를 풍기문란을 이유로 배제하였다. 하지만 도심산수화 같은 들쑥날쑥한
Teller), 서울 읽어주는 여자”라고 칭한다. 한국화와 일러스트를 동시에 다뤄 도시사이사이에 발칙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삶의 스토리들을 배치했다. 강남
온 작가의 필명은 노반이다. 마치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 이라는 도시공간의 랜드마크는 인공적이면서도 유유자적한 절경을 이룬다.
없이 나타난다”는 홍반장이라는 영화에서처럼, 도시의 일꾼이 되어 시시각각 겹쳐진 건물들 사이로 삶의 공간들이 직소퍼즐처럼 옹기종기 묘사돼 있고,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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