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1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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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정전 회랑 종묘 삼도
류인 것이다.. 여 단순함을 표현하며 형태와 색채의 극단적인 절제를 추구하는 현대 미술의
미니멀리즘과 가칠단청이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파운데이션이 피부를 보호하고 기미나 주근깨, 살결의 색 등을 커버하듯이
가칠은 목재가 터지고 갈라져서 보기싫은 부분을 카무플라주(camouflage)
하는 기능을 한다. 아름다움에 대해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화장을 하
지 않더라도 그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듯이 화려함을 배격한 가칠단 1) 모로(毛老)단청은 부재의 앞부분에만 머리초를 단청하는 경우를 말한다. 모루단청 또
는 머리단청이라고도 부르는데 모로 또는 모루가 '머리'로 음운 변화가 되었다고도 하고
청은 단순하고 가식없는 아름다움을 절로 느끼게 한다. 청렴하고 절약, 검소
혹은 사투리라고도 하는데 명확한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하며 청빈한 삶을 지향하는 유교의 정신이 비움의 미학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2) 얼금단청은 얼기설기 금문이 들어간 단청을 말하며 '얼'이란 단어는 '덜된, 모자라는, 어
진정 이것야말로 예술적인 기교나 각색을 최소화하고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 중간한, 대충'이란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쓰이는 말이다.
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아닐까? 3) 갖은금단청은 갖가지 문양과 극채색을 하여 가장 화려한 단계의 단청을 말하며 '갖은'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대상의 본질만 남기고서 최소한의 색상을 사용하 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골고루 다 갖춘 또는 여러 가지의'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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