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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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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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구성되는 것이다.                                      모를 풍경이다. 무분별한 철거로 떠밀려진 춥고 가난한 사람들의 추억을 재
                                                            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남긴 시간의 지층이나 흔적에 대한 감흥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주
            변으로부터 이러한 흔적들을 찾아다니면서 발견하는 동시에, 기억을 거슬러         헤겔은 정신적인 것과 감성적인 것의 두 측면이 예술적 생산 활동에 있어서
            상상력에 의한 구상을 스케치하는 것이다. 그 스케치란 작품을 하는데 기본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은 적어도 안에 간직된 것과 밖에 만들어진
            탕이 되지만, 작업에 임할 때는 감성과 상상력 그리고 존재의 육체적, 본능적      것은 서로 상보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부강 작가의 작품이 그렇
            수준이 밀접하게 다가와 작품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다. 내용과 형식의 통일성을 이룬 작품이란 것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부
                                                            강 작가의 작품은 어떤 물체를 재가공해 표현하기도 하고 여러 단계로 나누
            이부강 작가의 오브제 재료는 오랫동안 시간이 쌓여서 자연스레 다양한 색을        어진 작업 공정에 의해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물은 내적 감정을 머금
            얻게 된 합판을 사용하여 흔적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풍화자용으로 색이 거        은 채 조금씩 표출된 오브제 작품이다. 기억은 단편적으로 다가오지만 그의
            의 남아있지 않은 그대로의 매체를 사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세월을 고스        순간순간의 감정과 상상력에 의해 풍부한 흔적을 표현하게 된다. 초라한 흔
            란히 느끼게 한다. 이부강 작가의 작품은 바깥문명에 의해 떠밀려진 즐거웠던       적은 기억을 통해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본래의 풍경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
            기억과 초라한 흔적들을 표현한 풍경으로, 현대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        재현은 부분일 수도 혹은 전체일 수도 있지만 마치 오브제 작품이 회화 작품
            다.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고 있는 모습을, 그곳에서 채취한 낡은 합판으로 재      으로 착각 할 만큼 터치와 색감의 절제된 풍부함이 이부강 작가의 내용과 형
            현하였고, 작품 제목의 숫자는 그곳의 번지수이고,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식의 통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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