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전시가이드 2024년 03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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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노리개, 6.5×38cm, 명주실 연수식 노리개, 6×42cm, 명주실
사색판매듭
글 : 박선희 작가노트
매듭은 끈으로 모양을 만드는 일이고, 만다라는 진리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 듭은 네 개의 국화매듭을 중심에서 묶은 다음 생쪽매듭을 고리에 연결하여
현한 초월적 도상이다. 일상의 작업인 매듭일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선가 만다 점차 확장시킨다. 4면 4각은 한 줄로 이어지고 또 다른 줄로 반복한다. 부분
라를 그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매듭만다라를 엮고 있다. 중심에서 시작해 너머 전체, 전체 속의 부분, 어딘가 익숙한 이미지의 우리의 원형을 마주한다.
한 줄씩 연결고리를 만들며 원형으로 확장되는 작업 과정은 몰입과 안정을 가 사섭법-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 의상의 일승법계도의
져다주었다. 매듭만다라 작업에는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 수많은 고리를 걸어 4면 4각이 사색판매듭의 원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엮다가 제자리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엮어가는 과정을 무던히 반복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색판매듭이 내 중심에 있었다. 할아버지(1대 매듭장,정연
어느 순간 끈과 손의 움직임만 남게 된다. 수 1904-1974), 할머니(2대 매듭장,최은순 1917-2009)가 엮으셨던 매듭 가
운데 유독 눈길이 갔고 엮어보고 싶었다. 할아버지의 사색판매듭은 장례를 치
사색판매듭 를 때 상여를 장식하며 죽은 이의 혼을 달래주는 길에 함께 있었다. 할머니의
매듭만다라의 중심은 사색판매듭이다. 사색판매듭은 우리에게만 있는 독특 사색판매듭은 화려한 색감과 조형으로 현세의 기쁨과 행복을 주는 매듭이었
한 매듭이다. 작은 부분을 연결하여 하나의 큰 전체를 만들어내는 사색판매 다. 나도 이제 사색판매듭을 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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