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3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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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살문 부분
색, 황색, 흰색으로 단청 채색한 꽃들은 불단에 올리는 공양화(供養花)를 연
상시킨다.
경전에 따르면 2,500여 년 전 부처께서 영축산에서 불법을 설한 후 가부좌를
틀고 무량 삼매(三昧)에 드니 하늘에서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 만수사꽃,
마하만수사꽃이 비가 내리듯이 부처와 모든 대중 위에 뿌려졌다고 한다. 또
부처께서 보리수 아래에 앉아 있을 때 여러 범천들이 갖가지 꽃을 비처럼 내
리니 1백 유순(1유순, 약 8km)이나 쌓였다고 한다. 그래서 부처께서 영축산에
서 설법할 때 내린 꽃비를 상징하는 법당 꽃살문의 꽃들은 시들지 않는 공양
화로 피어나게 된 것은 아닐까?
이곳에서 꽃살문을 바라보니 르동(Odilon Redon, 1840 ~ 1916)의 꽃 그림
이 떠오른다. 그의 꽃 그림은 작위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고자 애쓴 흔적이
없어 보인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에서 표출된 꽃 그 자체이다. 꽃은 자신
의 무의식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실체로서 작가의 내면의 느낌을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독한 유년시기와 보불전쟁 참전의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면
서 르동의 꽃으로 피어났다. 보이는 외형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암시적이
고 자연스럽게 그려서 편안하다. 하지만 근대 회화의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르
동의 꽃 그림이 아무리 멋지고 아름답다 하더라도 정수사 꽃살문에 비할 바
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수사의 꽃살문은 멀찍이 법당 마당에서 바라보면 마냥 곱다. 한 폭의 정물화
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답고 멋진 꽃살문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꽃
을 그린 작품은 부지기수이지만 정수사 꽃살문 만한 작품이 얼마나 있을까? 정수사 대웅보전 꽃살문(출처;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언제 보아도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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