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 2023년 01월 이북
P. 36
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정수사 대웅보전 전경(출처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강화 정수사 꽃살문 막는 풍판이 길게 늘어뜨려져 있다.
단청을 살펴 보면 대부분의 대웅보전에는 화려한 금단청을 하는데 비하여, 문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양과 색상이 다소 절제된 모루단청을 하여 소박함이 듬뿍 묻어나는 정갈한 느
낌이다. 반면에 내부 천장에는 검정 바탕에 양록, 삼청, 육색의 삼색으로 채색
하여 화려하게 장엄하였다. 빗반자를 보면 반자청판에 봉황과 학, 삼색 구름
을 그려 넣고 반자틀에는 연꽃, 모란, 물고기 등을 초각하고 단청 채색하였으
강화 정수사(淨水寺)는 신라 선덕여왕 8년(639)에 회정(懷正)대사가 창건했 며, 평반자를 보면 반자청판에 다섯 송이 연꽃을 그려 넣고 판자틀이 교차하
다고 한다. 마니산을 참배한 회정대사는 동쪽의 지형을 보니 불제자가 삼매정 는 부분에 연꽃을 초각하여 붙인 종다라니 단청을 하고 있다. 또한 꽃살문에
수(三昧精修)에 들 수 있는 곳이라 여겨 절을 창건하고 정수사(精修寺)라 하였 있는 도자기들이 천장의 네 귀퉁이를 떠받치고 있는 것도 색다르다. 이렇듯
다. 이후 조선 세종 8년(1426)에 함허대사가 중창했는데, 법당의 서쪽에서 맑 내부에는 화려한 문양으로 장엄을 하면서도 색상에서는 황과 장단을 사용하
은 샘물이 솟아나서 정수사(淨水寺)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지 않음으로써 전체적인 절제의 미를 살리고 있다.
정수사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대웅보전(보물 제161호)은 본래 정면 3칸, 측면 대웅보전에서 각별히 눈여겨볼 것은 꽃살문이다. 꽃을 화병에 꽂아 놓은 모
3칸의 맞배지붕 건물이었으나 특이하게도 후에 별도로 측면 1칸에 해당하는 습을 통째로 투각하여 문살 위에 붙인 통판투조꽃살문이다. 그 위에 단청 채
툇마루를 설치하면서 측면 4칸이 되었다. 내부는 바닥에 마루를 깔고 천장은 색을 하였는데 마치 화병에서 소담스런 연꽃과 모란이 몽실몽실 피어 오르
중앙을 우물천장, 그 주위는 빗천장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은 건물이 지어지고 는 듯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대범하면서도 수더분하게 조각된 줄기들이
나중에 툇간이 만들어지면서 추가된 것이기 때문이다. 창살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네 개의 화병은 문양이 제각기 다른 청자 도자기
와 진사 도자기이다. 특히 가운데 어간에만 화려한 꽃살문을 하고, 양쪽 2칸
그래서 지붕의 용마루가 측면 4칸의 중앙에 걸리지 않고 3칸에 걸려 있어 앞 은 소박한 격자 창호문인데 우리의 옛 장인들은 문살 하나에서도 조화와 균
쪽 낙수면이 뒤쪽보다 크고, 측면의 박공 부분이 길이와 높이가 서로 다른 점 형을 고려했던 것이다.
이 독특하다. 몸체와 툇간 부분의 공포를 보면 서로 현저하게 달라 시대적 차
이를 보이고 있는데, 몸체는 조선 초기 주심포 양식으로 간결하지만, 툇간의 사찰의 꽃살문은 장식적인 면과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의 일반적
공포는 조선 후기의 장식적인 경향이 뚜렷하다. 또한 기둥을 받치고 있는 연 인 기능은 차단된 벽의 이쪽과 저쪽을 연결하는 것이지만 꽃살문은 문의 일
꽃이 매우 화려한데 다른 법당에서는 보기 드문 형식이며, 측면에는 비바람을 반적인 기능에다 장식미술이 가미된 것이다. 정수사 꽃살문의 붉은색, 군청
34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