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전시가이드 2025년 06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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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 103×57cm, Sewing, Acrylic on Hanji, 2025







                            2025. 6. 13 – 6. 25 갤러리내일 (T.02-391-5458, 새문안로 3길 3)




         시간을 꿰매는 손길, 삶의 흔적을 잇다                          힌 흠집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상처가 아니라, 한 시대를 견딘
                                                        사람들의 기록이자 증거다.
        김보라 초대전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 녹이 슨 철문 위, 무심히 쌓인 먼지 속에도 개인의 역

                                                        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들은 무너진 공간에 스며든 채 검버섯처럼 조용히
        글 : 김보라 작가노트                                    퍼지고, 어느 순간 우리를 멈춰 세운다.

                                                        나는 그런 자리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무뎌진 표면에 다시 구멍을 뚫고, 바늘
        나는 오래된 이야기를 엮는다. 시간이 지나며 묵은 자국들이 남긴 삶의 흔적       귀에 낡은 기억을 꿰어 시간을 새긴다. 허리가 휜 사연들을 조심스레 밟아가
        들, 해어진 천 사이를 비집고 나온 실밥 같은 감정과 기억들에 귀 기울인다.      며, 잊힌 길 위에 새로운 길을 놓는다.
        그것은 단순한 소재나 형식이 아니라, 우리 곁을 스쳐간 삶의 조각들이다.
                                                        그렇게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오늘로 되살리고, 그 결이 내일로 이어지길 바
        누군가 살아보겠다고 애쓴 자리에는 분명한 흔적이 있다. 처음엔 희미하게 보       란다. 지나간 삶의 목소리를 엮어내는 일, 그것이 내가 예술을 통해 하고 싶
        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사라질 듯 또렷하고, 잊힐 듯 강렬하다. 긁     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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