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전시가이드2025년 09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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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초대석














































        아산 정주영 회장(1915~2001),  500x300x1900mm,       파라오들~,  400x400x450mm,  2020
         2009~2012 도록 전시







        세계 최초의 도자동상, ‘불가능한’ 프로젝트의 탄생                    신념을 상징하는 이야기가 되었다.
        그의 실험정신과 집념은 2012년, 한국 도예사에 길이 남을 작업을 낳았다.
        바로 전신 인체 도자동상 프로젝트다. 개인적 좌절(2009년 한국미술협회        도예 50년, 그리고 55년 ‘무궁전’으로
        이사장 선거 실패)을 발판 삼아, 그는 스스로 “극복의 출구”를 찾는다. 그리     이헌국 작가의 예술은 정체하지 않는다. 2020년 도예 50년 회고전에서 그
        고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대형 전신 도자동상 제작을 결심한다.              는 항아리라는 전통적 기물에 추상적 색채와 회화성을 도입해, ‘숨 쉬는 항
                                                        아리’를 선보였다. 또한 풍선가압기법을 응용한 피라미드 조형은 고대 영
        국내 여건으로는 불가능했던 작업은 중국 경덕진으로 그를 이끌었다. 연구         령의 부활을 연상시키며, 도자가 현실에서 영혼으로 확장되는 독창적 시
        실을 임시 마련해 3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7인의 전신상을         도를 보여주었다.
        1350℃ 고온 소성으로 완성했다. 이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전례 없는 21세
        기 최초의 기념비적 도자동상으로 기록된다.                         올해 선보인 「무궁전」은 그 변주의 정점이다. 그는 도자조형을 기반으로 신
                                                        문과 잡지 이미지, 입체 오브제를 결합하고, 50년 전 제작한 입체도자와 60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은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극심한 더위 속 체력 고갈,       년 전 도편 파편을 재활용해 “110년의 시간여행”을 구성했다. UFO 모티브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러나 그는 꿈에서조차 “왜 게으름을 피우는가”라는        의 상상적 도자 표현까지 더해진 이 연작은, 전통과 현대, 현실과 환상이 동
        무언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일어섰다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을 마친         시에 교차하는 하나의 은유적 세계를 구축했다. ‘도예’라는 이름을 넘어, 확
        직후 경덕진에 대홍수가 닥쳐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지만, 소성까지 마친         장된 조형예술의 미래를 제안한 셈이다.
        작품은 무사했다. 만약 미루었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뻔했으니, 그의
        표현대로라면 “주님의 은총”이었던 셈이다. 그 극적인 서사는 그의 예술적        지역과 함께하는 ‘갤러리 앙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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