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2025년 09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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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이드 쉼터
그곳에 가다2
글 : 장소영 (수필가)
와우! 눈이 크게 떠지며 한눈에 담기는 형언하기 힘든 풍경에 입이 벌어졌다. 이서나 한 폭에 다 담기는 그림이다. 장마철답게 수량도 풍부해 물소리도 시
왜 이제 왔을까. 눈 깜빡일 겨를도 없이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뿌연 물안개로 원시원한 목청으로 흐르고 우거진 나무 위의 매미와 새소리마저 청량하니 자
주변을 감싸고 빗물에 젖어 더 짙푸른 나뭇잎 사이로 제 모습을 다 드러내지 연스레 자연과 하나가 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않아 어딘가 신선이 노닐고 있을 것만 같은 신비함을 간직하고 나타난 승선
교. 층층이 쌓아 올린 돌들은 암녹색 이끼 옷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을 알려주 1963년에 보물로 지정되었음에도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게 개방해 놓은 이
고 다리 밑으로는 콸콸 경쾌한 소리를 내며 어제와 오늘을 잇는 맑은 물이 포 무지개다리 승선교는 오랜 세월에도 흐트러짐 없이 많은 이들의 호기심과
말을 만들며 바위 틈 사이로 흘렀다. 기대를 받고 있다. 이 다리를 건설한 사람들의 창의력과 기술력. 종교에 대
한 간절한 믿음과 처절함이 담겨 역사가 되고 지금도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무지개다리란 이름에 걸맞게 직사각 꼴로 깎은 화강암을 아치로 쌓고 그 위 그 가치가 크다 하겠다.
와 옆을 냇가의 작은 돌들로 촘촘하게 쌓아 올려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만
들어 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치 내부에는 돌출된 석재가 있었는데 용머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무지개다리 중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답다는 승선교는
리란다. 나중에 설명을 들어 보니 그 용이 다리 안으로 나쁜 기운이 들어오는 임진왜란 때 소실된 선암사를 중건할 때 호암 대사가 관세음보살의 모습을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축조하고 남은 세 닢 엽전이 입안에 있다 하는데 다리 바라며 백일기도를 했지만 기도가 헛되자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했단다. 그
옆에서 그것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때 한 여인이 나타나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는데 그 여인이 바로 관세음보살
이었단다. 호암 대사는 원통전을 세워 관세음보살을 모시는 한편 절 입구에
승선교의 아리따운 자태는 주변 풍광과의 조화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무지개다리를 세웠다고 전한다.
밑으로는 작은 다리가 받쳐주고 위로는 신선이 내려와 머문다는 누각 강선
루가 하얀 다리 하나를 쓰윽 냇가에 걸치고 족욕을 하고 있어 멀리서나 가까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오는 승선교는 신선이 승천하는 다리라 하여 승선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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