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2025년 09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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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이강화 작가
고요한 시선, 일상의 결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독백, 60×71cm, oil on canvas, 2024
이강화 작가와 알고 지낸 지도 꽤 되었다. 꾸준한 성실함으로 다수의 전시를 착하는 데 한정해서 이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열어 온 덕분에 작가의 작품 세계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강화 작가를 일상 속 사소한 사물, 스쳐 지나가는 석양, 자연의 미묘한 변화 그럼에도 본 컬럼을 위해 최종적으로 선택한 작품은 이강화 작가의 특성을 가
처럼 우리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으나 반복성과 평범함 속에서 쉽게 간과되는 장 온전히 드러낸다고 판단되는 ‘독백’과 ‘청연’이다. 두 작품은 절제된 시선과
존재들을 놀라울 만큼 날카롭고 세밀하게 포착해내는 작가로 인식해 왔다. 그 차분한 감각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풀어내며 보는 이를 사로잡
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 는다. 작품 속 자연 풍경이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무심히 지나치는 배경에 불
며 놀라게 된다. 예컨대 ‘흐름_동강할미꽃’(oil on canvas/100×100cm/2025), 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은 시선을 멈추고 마음을 기울이는 이들
‘또 다른 시작’(oil on canvas/200×200cm/2019), ‘비상’(mixed 에게만 열리는 비밀의 차원이며 마치 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며 발견될 순
media/200×250cm/2024), ‘비상II’(oil on canvas/324×162cm/2020), ‘비워내 간을 기다려온 존재처럼 알아봐 주는 이에게만 은밀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이
기’(mixed media/180×78cm/2023), ‘신화’(oil on canvas/200×250cm/2021) 러한 장면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물과 풍경이 지닌 고유한
등이 그러하다. 작가의 다수 작품에서 순간적인 빛의 흐름에 따라 반짝이거나 결을 더듬어 따라가듯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시각화한다. 이는 미시적 관찰
그늘지는 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데 주력한다면, 이들 작품은 오히려 그 과 감각이 농축되어 결합된 창작 방식으로, 작가가 세계를 받아들이고 해석하
움직임의 과정을 물을 매개로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지닌다. 는 고유한 인식 구조를 보여주는 주요 키가 된다. 작가에게 작업이란 일상의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삶 속에서도 고유한 일상의 결이라는 것이 결코 정지해 배경 속에 숨어 있던 존재를 드러내어 감각적·정서적 경험으로 전환하는 과
있는 것이 아닐진대, 여기에 움직임이 더해졌을 때 왜 그렇게 다르게 다가왔 정이자 매개이기에, 이러한 맥락에서 ‘독백’과 ‘청연’은 단순한 풍경의 재현을
을까. 작가만의 독자적인 고요한 시선을 움직이지 않은 채 동결된 대상을 포 넘어 작가가 지닌 미학적 가치관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이 집약된 핵심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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