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2025년 09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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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나비-그리움의 시작 II, 55 x 55cm, water color, 2024 ⓒADAGP(우)행복-기쁨가득 I, 55 x 55cm, water color, 2024 ⓒADAGP
다면 작가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다고 할 정도로, 친숙한 민속 문화의 서정과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조미경 작
낭만을 품은 도구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은 특징들을, 조미경 작가의 대표적 가는, 삶 속의 다양한 흔적, 기억들을 옮겨 놓은 고유의 <정물>을 선보인다.
인 두 작품을 통해 서로 비교 분석해보자. 먼저, 『행복-기쁨가득 』과『나비-그 단지, 아름다움의 추구가 아니라 내면의 사유와 정서를 끌어내는데 주력한 듯
리움의 시작』은, 색감과 구성에서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감성적인 싶다. 색과 구성을 통해 그 주체를 그곳에 있게 한 대상이 전하는 메시지를 고
깊이를 전달한다. 두 작품 모두 2024년 8월에 완성된 수채화로, 55 x 55cm의 요하게 전달할 뿐, 대상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가운데서도 굳이 설명하려
크기를 지닌 이 그림들은 풍경이 아닌 물체와 상징적인 요소들로 이루어진 ‘ 들지 않는다. 조미경의 작품 화면속에 등장하는 ‘꽃’과 ‘꽃 문양’은 자아를 반영
미니멀’ 하지만 강렬한 시각적 인상을 준다. 이번에는, 각 작품에 반영된 개성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며, 자신의 ‘분홍’ 색조와 사뭇 동일한 세계를 꿈꾸는 내
적인 미학에 주목해 보자. 첫 번째 작품 『행복-기쁨가득 』은 따뜻하고 우아한 면은, 끓어오르는 욕망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조미경 작가의 작품은 여타의 <
색조의 조화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식이 가미된 작은 장롱과 그 위에 놓인 수채화> 작품과는 다르다. 그녀의 작품은 부드럽고 우아한 운치가 가득한 데
두 개의 나무 조각, 그 외에도 정교한 색감이 더해진 장식들이 나란히 놓인 모 다 찰나의 서정을 깊이 있게 끄집어내 감상 이후 더 큰 여운을 남긴다. 그림에
양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된다. 이 장면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 서 창작의 묘미는 동일한 소재를 화가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다. 소재에
며, 그 속에서 유연하게 표현된 색상과 꽃무늬의 세밀함이 일상적인 사물에 대 서 보고 느끼는 감정이 저마다 다르듯 형태와 색채 감각 또한 서로 다르기 마
한 예술적 통찰력을 가미하고 있다. 두 번째 작품인 『나비-그리움의 시작』 역 련이다. 조미경 작가는 독특한 감성과 기교로 자신만의 서정적인 기품을 정물
시, 그 화사한 색감 속에서 변하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도가 수채화에 담는다. 극사실에 가까운 많은 감정선들이 그녀의 작품에서 보인다.
엿보인다. 반면에, 붉고 분홍색의 꽃들은 사랑스러움과 동시에 그리움의 상징 시각적으로도 매우 풍부한 감성을 전달한다. 실제를 과장하거나 화려하게 꾸
처럼 보이며, 그 옆에 놓인 신발은 단순한 물체를 넘어서 감성적 의미를 부여 미지 않는 대신에 그 자신의 내면을 투사함으로써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한다. 나비의 실루엣은 그림 속 감정을 더욱 부각시키며, 꽃과 신발을 잇는 흐 다. 또 감각적인 붓터치로 꽃 이미지의 생기를 더해주고 있다. 조미경 작가의 ‘
름을 만들어낸다. 조미경 작가는 일반적으로 물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을 통 개성’이 돋보이는 특징은, 일반 정물화와 달리 마치 에두아르 마네 풍의 ‘실루
해 그 물체가 지닌 감정적 가치나 의미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엣 이미지’를 은밀하게 엿보는 느낌이다. 이러한 시각적인 효과에다 빛과 음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세밀한 그림 기법과 풍부한 색감이 돋보이며, 보는 이 양의 극렬한 대비를 통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더 증폭시킨다. 역설적으
로 하여금 그 안에 담긴 정서와 이야기를 느끼게 한다. 작품을 통해 일상적이 로, 빛이 들어오는 방향은 빛의 강도를 강화해 형태를 뚜렷하게 처리한데 반
고 소소한 것들이 어떻게 예술적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 도리어 음영이 드러나야 할 부분에 전혀 상관없는 물체의 잔영을 대입시
통찰이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다. 조미경 작가의 ‘서정적 정물’은 사실적이다. 킴으로써 과감하게 명암대비를 생략한다. 이렇게 하면 이미지가 한층 더 극
그런데 화면에 그림자가 없다. 다만, ‘잎사귀’처럼 보이는 잔영만이 화면의 배 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새로운 정신’을 가미한 조미경 작가가,
경을 채울 뿐이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두 『정물화』에서 묘사하는 갈등이 아닌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써 수채화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면서도 주관
화해를 추구하는 증거는, 서로 다른 두 짝의 ‘꽃신’이다. 이 대목에서 클라크의 적인 해석을 덧붙이는 풍부한 시각적 이미지들을 재생산하는 작가로 거듭나
<풍경화론>을 인용한다. “사실은 사실을 통해 예술이 된다. 사랑은 사실을 통 기를 아낌없이 기대해 본다.
일하고 이를 현실의 높은 경지로 견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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