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전시가이드2025년 09월 이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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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마감-매월15일 E-mail :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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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과 익숙함, 74x93cm, Pigment Prints on canvas, 2025 낯섦과 익숙함, 83x83cm, Pigment Print, 2025
세상을 이루는 사물로부터 시간과 공간이 압축된 표층으로 전환된다. 달리 말 게 한다.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상하는 구상 사진과 달리, 박광린의 사진이 지
해 우리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추상적인 풍경을 이루는 동시에 구 닌 추상성은 의식 안에 흐르는 지속으로서의 시간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체적인 현실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의향(意向, imagery)적 표현 매체로서의 사진-회화
낯섦과 익숙함의 변증법적 구조가 구현되는 곳 또한 표면으로서의 풍경과 물 한편 박광린의 작품은 전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에 기반하면서도 회화적 제
질로 제시되는 이미지 안에 있다. 이 이중적인 감각의 진폭은 곧 사진이라는 스처를 통한 미적인 표현 의지를 보여준다. 즉 사진 기록 너머에 위치한 회화
매체 자체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이어진다. 박광린의 사진은 현실에 존재 의 언어를 적극적으로 참조한다. 이는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뿐 아니라 지지
하거나 이미 부재하는 무언가를 지시하는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표면 너 체의 측면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박광린은 촬영한 사진을 종이나 광택지가
머에 깃든 여러 시간의 층위, 그 위로 새겨진 기억의 잔상을 시각적으로 담지 아닌 캔버스에 인화한다. 매끈한 인화지에 프린트된 이미지는 종종 그것이 몸
하는 매체로서 기능한다. 여기서 사진은 더 이상 촬영된 시점의 한순간을 동 담은 얇은 물성을 잊게 만들지만, 캔버스에 인화된 사진은 직조된 천의 질감
결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물리적 흔적과 시간이라는 비가시적인 흐름을 한데 과 프레임의 두께를 통해 보다 물리적인 존재감을 획득한다. 사진 매체의 평
겹쳐 보는, 중첩된 시간의 장(field)이 된다. 면성에서 한 겹 벗어난 이미지는 응시의 대상이 아닌 마주하는 대상으로 다
가온다. 물질적 잔류를 통해, 회화적 효과는 한층 더 증폭된다.
사진과 지속(durée)으로서의 시간
이렇듯 ‘순간을 포착’한다는 사진 매체의 전통적인 시간성은 박광린의 사진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고, 감각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이에 투
안에서 재편 된다. 시간을 우리의 내적 의식에서 ‘지속(durée)’되는 것으로, ‘ 영된 내적 의식을 환기하는 방식은 일종의 의향(意向)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지속’을 곧 시간으로 바라보았던 앙리 베르그송에게, ‘순간’은 연속적인 흐름 ‘의향’이란 ‘마음이 향하는 바, 또는 무엇을 하는 생각’이라는 뜻으로, 박광린
속에 포함된 하나의 질적 상태였다. 즉 순간이란 찰나의무엇이 아닌 과거와 이 자신의 추상 사진에 투영하는 내적 사유의 층위를 가리킨다. 사진 내에서
미래가 현재 안에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내적 경험으로만 존재한다. 그렇다 작동하는 지속으로서의 시간과 그 흔적으로 어룽거리는 추상적 이미지는 작
면 사진이 보여준다고 믿었던 ‘순간’은 무엇일까? 박광린은 사진이 내포한 시 가의 상상력과 함의를 접촉면에 두고 맞닿아 있다. 따라서 “나에게 사진은 그
간을 하나의 고정된 순간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13년 전 촬영한 과거의 작업 림”과도 같은 것이라 말하는 박광린에게 ‘그림’이란, 낯설고도 익숙한 풍경에
부터 근래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사진에서 시간은 지속의 흐름 안에 자신의 심상을 투사한 이미지일 것이다.3 이는 다시 한번, 불현듯 마주한 낯
서 내적인 층위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때 사진은 “’이전’과 ‘이 섦, 우리와 우리 앞에 놓인 풍경 사이의 거리 속에서 내면의 의식을 추동하는
후’를 자신 안에 포함”함으로써,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나열하는 선형적인 작업으로 나아간다. 결국 저 멀리 있는 타(他)의 끝은 가장 깊은 자아, 존재의
시간으로부터 벗어난다. 본질과 연결되어 있다. 박광린은 구체와 추상, 낯섦과 익숙함, 사진과 회화의
양단에서 그러한 이치를 길어 올린다. 이 인식의 여정은 순간에 그치지 않고
이처럼 지속의 감각을 시각화하는 박광린은 일반적인 사진에서 간과되기 쉬 존재의 의식 안에서 지속될 것이다.
운 시간의 다중적 차원을 드러내고, 관객으로 하여금 내면의 시간을 직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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