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전시가이드 2020년 9월호 이북
P. 77

특허  제 10-2110589
              발명의 명칭 : 조명수단과 입체감이 표출되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


            들쑥날쑥 마감이 덜된 듯한 다형(多形)의 큐브들이 조화를 이룬 한국문화재
                                                            첨단소재와 반도체로 구현된 아날로그 감성
            가 있다. 도시의 경계를 통찰력으로 마감한 '한양도성(서울성곽 사적 제10호)'
                                                            붓 터치를 최대한 자제하고 나이프를 통해 직설적 힘을 전달한 기법은 자기반
            이 그것이다. 박병근 작가는 오래도록 성곽의 세월을 공유해 왔다. 검었던 머
                                                            성을 통한 혁신의 모티브를 기법 속에서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박병근의 작품
            리엔 어느덧 새하얀 시간이 녹아내렸고, 성곽의 의미는 비로소 작품 철학이 되
                                                            은 길지 않은 작품 활동 속에서도 이미 힐튼호텔, 쉐라톤호텔, 뉴욕 ATOMIX
            었다. 그는 디자이너(삼성전자
                                                            와 ATOBOY(뉴욕타임즈 선정 스타 레스토랑), 밍글스(미쉐린 투스타 레스토
            와 SK텔레콤)로 살았던 40여 년 동안 “한국적 정체성을 어떻게 세계화 할 것
                                                            랑), 파리 Univers des Arts등 세계적인 랜드마크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심지
            인가”를 고민했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시대를 관통하는 한국적 미감을 반영
                                                            어 그의 풍경화·정물화 등의 구상성 있는 초기 작업들은 탁월한 드로잉 실력
            하기 시작했다. 형식과 내용에 충실한 작품이 탄생한 계기는 디자이너로서의
                                                            을 바탕으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그럼에도 그가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이를
            대중성과 화가로서의 예술성이 적절히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앤디 워홀(Andy
                                                            택한 이유는 작품이 보는 이들에게 다양하게 읽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창덕궁
            Warhol) 이나 키스 헤링(Keith Haring) 같은 작가들의 성공 뒤에는 디자이너
                                                            청기와 시리즈와 한양도성의 담장시리즈, 코드화된 한글 문자 시리즈 등은 눈
            로서 출발한 감각과 시대를 읽는 탁월함이 공존해 있었다. 이 두 가지 요소를
                                                            맛의 인상(印相)을 한정시키기보다 확장시키는 역동성을 지닌다. 이른바 치유
            고루 갖춘 박병근은 성벽의 반복적 조화 속에서 ‘전통의 현대화’를, 개별 속
                                                            하는 그림,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재인식시키려는 것이다. 박
            전체 속에서 ‘단아한 모티브’의 향연을 떠올려냈다. "저는 오랜 기간 서울 종
                                                            병근의 작품미학은 한국적 선이 가진 반복의 미감 위에 자연스럽게 반사하는
            로에서 살았습니다. 망가졌던 서울성곽이 ‘디자인수도 서울’속에서 복원되면
                                                            소재를 겹쳐 올림으로써 한복·한옥·한지 등에서 발견되는 은근하고 여유 있
            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입고 성곽을 거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는 미감을 표출한다. 미니멀리즘과 미래주의의 양가적 시간성을 머금은 작품
            ‘Dynamic Korea’라는 용어처럼, 한국의 세계화에 기여한 다양한 요소들이 제
                                                            들, 멈춰있으나 점-선-면 사이를 흐르는 시간성의 표현들, 울퉁불퉁한 비정형
            가 목도(目睹)한 오늘의 삶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만들어내는 매체들
                                                            의 전통소재를 최소 단위로 환원한 작업들, 이 모든 가치들은 개별이 모여 전
            은 거친듯 조화롭고, 멈춘 듯 변화합니다. 같아 보이는 성벽의 돌들도 우리의
                                                            체를 만드는 전통 미의식의 현재화로 요약된다. 이처럼 어긋나기도 겹쳐지기
            삶처럼 제각각 입니다. 가만히 그들을 들여다보면 선조들의 삶과 희생이 느껴
                                                            도 한 큐브들은 미묘한 차이를 내뿜으며 다이나믹한 가치를 보여준다. 이른바
            집니다. 하나하나의 돌이 모두 다른 것처럼,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성곽의 모
                                                            ‘사이의 품격(品格)’, 우리 미감을 서구 화법으로 전환시킨 그의 작업은 한국
            티브들은 제 작품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한국적 소재 속에서 삶을 발견하고,
                                                            과 서양 사이에 놓인 오늘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여정인 셈이다. 한양도성
            성곽풍경과 어우러진 오늘의 삶속에서 세계로 뻗어가는 미감을 되새기는 것,
                                                            과 성벽 드로잉을 모티브로 삼은 반추·반사·비정형의 모티브들은 전통과 만
            단순화된 통일성 속에서 새로운 영토를 넓혀가는 것, 이러한 ‘변화하는 스타
                                                            난 역동적인 개별(Dynamic Cube) 조건 속에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일’이 바로 박병근 작가의 미학인 것이다.
                                                                                                       75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