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전시가이드 2023년 06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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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대성당의 성크리스토퍼 벽화 대적사 극락전의 거인 벽화(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를 사람들이 밑에서 위를 향해 쳐다보면 얼굴과 상반신은 보는 사람의 눈으
로부터 점점 멀어져서 아주 작게 보이기 때문이다. 괘불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반신보다 머리와 상반신을 의도적으로 왜곡시켜 더 크게 그리는 이유는 올
려다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비율로 볼 수 있도록 눈의 착시 현상을 감안
해서 그렸다.
여기서 괘불을 언급하려는 것은 아니고 경상북도 청도의 대적사(大寂寺) 극락
전에 그려진 거인 벽화를 소개하려고 한다.
대적사는 1689년(숙종 15) 성해대사에 의해 절 다운 모습을 제대로 갖추게 되
었다고 한다. 거인 벽화가 그려진 극락전은 불교의 이상향인 극락정토를 상징
하고 있는 법당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이며 겹처마에 맞배지붕을 한 건
물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고 있는 공포는 기둥 위와 기둥 사이에 놓인 다포 양 대적사 극락전의 벽화(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식을 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에 다시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 그다지 크지 않은 소박한 벽화가 있다. 몸집이 크고 힘센 장사처럼 보
이는 거인이 다섯 사람이 담긴 그릇을 두 손으로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는 모
습이 그려져 있다. 붉은색 그릇 안에는 붉은색, 푸른색, 흰색, 파란색 옷을 입 생하거나 아미타불이 서방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반야용선을 타고 가는 방법
은 남녀 다섯 사람이 앉아있다. 푸른색 의복을 입은 거인은 붉은 구름이 선연 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벽화에서는 이미 알려진 방법이 아닌 극락으로 갈
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쪽 다리는 약간 구부리고 힘차게 두 손을 뻗쳐올린 역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담겨 있어 매우 흥미롭다.
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서양의 크리스토퍼 성인이 강을 건넌다면 대적사
벽화의 거인은 하늘을 건너는 듯한 모습이다. 이 벽화의 오른쪽에는 사람이 담 대적사 극락전 벽화의 거인은 서양의 크리스토퍼 성인이 어린 예수를 짊어지
기지 않은 빈 그릇을 한 손에 들고 바위에 걸터앉은 또 다른 거인이 그려져 있 고 강을 건너는 정도가 아니라 뭇 중생을 두 손으로 들어서 먼 하늘 건너 극락
으며, 왼쪽에는 극락세계로 인도하는 인로왕보살과 지장보살이 나란히 그려 세계까지 올려 보내고 있다. 도대체 어떤 능력이 있길래 중생들을 하늘 높이
져 있다. 이렇게 힘센 거인이 사람들을 그릇에 담아 높이 치켜드는 모습은 그 들어 극락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것일까? 크리스토퍼는 가톨릭의 성인인데
들을 극락세계로 보내려고 하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메타포(metaphor) 그럼 대적사 극락전 벽화의 거인은 과연 무엇일까? 보살의 화신일까? 아라한
가 아닐까? 불교에서는 극락세계에 왕생하려면 연꽃으로 피어나 극락에서 환 (阿羅漢)일까? 아니면 힘센 신장(神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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