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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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가이드 쉼터
        뜻밖의 위로
        글 : 장소영 (수필가)
        사람 마음이란, 참으로 예측할 수 없다. 느긋한 아침 햇살 속에서 차 한 잔을     형님이 분홍빛 봉투를 불쑥 내민다. 국화축제 초대권이었다.
        앞에 두고 있다가도, 문득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불쑥 솟는다. 그날     “주말까진데, 알아서 하세요.”
        도 그랬다. 꼭 함께 가야 할 사람이 떠올랐다. 반길 게 분명한 아랫집 언니에
        게 전화를 걸었다. 번갯불에 콩 굽듯 빠른 결정이었다.                  단호한 말투에 거절할 틈도 없이 봉투를 받아들었다. 움직이기도 전부터 피
                                                        로가 몰려왔다. 주변에 줄 사람도 없고, 머릿속은 재촉하는데 답을 찾지 못하
        외출하기 좋은 가을이다. 계절과 상관없이 며칠이고 집 안에서 꼼지락거리         다가 문득 아랫집 언니가 떠오른 것이다.
        며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바깥세상이 궁금하지도 않았고, 집안일은 하기
        로 하면 끝이 없지만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듯했다. 먹고 자고 숨 쉬는 공     함평은 우리 둘에게 낯선 땅이었다. 봄이면 나비가 춤추고, 가을이면 국화
        간만 청결하면 된다는 생각에, 삶은 점점 더 단순해졌다.                 가 고운 빛으로 물드는 고장. 그날은 토요일이며, 가을빛이 무르익은 날이
                                                        었다. 도로 위엔 차들이 끝도 없이 늘어서 있었다. 언니가 창밖을 내다보며
        밖으로 나다니는 것도, 사람들 틈에 섞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리듬이      툭 던진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온몸이 축 늘어지는 체질이니, 하느작하느작 느릿한 일상
        은 나를 지키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런 잔잔한 내 생활이 남의 눈에는 답답해      “워메, 뭔 차들이 이리 많당가?”
        보이는 모양이다.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그저 나무늘보 같은 느긋한
        생활을 닮고 살고 싶지만, 그런 삶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이 참 많다.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마도 대부분이 우리처럼, 국화 향 따라 축제장으
                                                        로 향하는 길목에 선 것이겠지 싶어서였다.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도, 사람
        며칠 전이다. 아들이 입력해 준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의 표정도, 어딘가 들뜬 기운이 감돌았다.
        들으며 서재로 향하지 못한 책들을 뒤적이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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