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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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연 컬럼
         개인적 경험에서 보편적 담론으로:
        시대의 그림자를 응시하며 평화의 서사를 증언하다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Vermilion Airplanes_oil on canvas_116.8×91cm_2025   Green Airplanes_oil on canvas_116.8×91cm_2025
        최근 몇 년간 박미연 작가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반복된 시각적 모티프는 꽃       에 선보이는 팝적 감각의 작업으로, 장난감이라는 친숙한 형상과 화면 처리를
        과 과일이었다. 이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대상 자체에 특     통해 복합적인 상징 체계를 드러낸다. 곰인형은 단순한 오브제의 차원을 넘
        별한 집착을 두지 않는 작가이기에 이것은 오히려 색채와 형태를 탐구하기 위       어 장난감이면서 동시에 포식자(捕食者, predator), 평화의 표상으로 기능한
        한 실험적 매개이자 일종의 소모적 장치로 기능한다. 박 작가의 작업은 개인       다. 화면 전체를 에워싼 비행기들은 장난감이면서 피식자(被食者, prey), 전쟁
        적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단순한 자전적 서술을 넘어서며, 미술의 본질을 파       의 은유적 기호로 작용한다. 작가는 이러한 오브제를 매개로 포식자-피식자,
        헤치고 순수성에 다가가려는 탐구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 서사는 사       평화-전쟁, 현실-장난감이 던지는 이중적 의미망을 언어적 유희와 시각적 상
        적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소한 기억과 상처, 일상의 단편적 장면, 부정할     징으로 교차시킴으로써 전쟁과 평화의 경계를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끈다. 작
        수 없는 사실들은 화면 속에서 재구성되며, 역사적 맥락과 연결되어 보다 확장      품의 제목은 비행기의 색채를 기반으로 결정되며, 최근에는 배경에 데이지꽃
        된 의미를 형성한다. 그렇게 변환된 이미지는 단순한 개인적 진술을 넘어 사회      을 삽입함으로써 상징성과 서정성을 동시에 강화해 나간다.
        적 공감과 성찰을 가능케 하는 보편적 언어로 작동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
        가의 작업은 시대적 상징성을 획득한다. 이제 작가의 작업은 평화라는 보편적       작가는 “미술가란 자신과 사회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라고 규정하
        가치와 그에 대비되는 전쟁의 흔적을 동시에 환기하며, 단순한 심미적 경험을       며, “미술이란 단순한 재현을 넘어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을 반
        넘어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영하고 비판하는 행위”임을 천명한다. 이는 곧 미술이 시대의 정체성을 형성
                                                        하고 기존의 통념에 도전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사회적 매개로 작동함
        여기 꽃과 과일을 대신하여 머플러를 두른 곰인형이 등장한다. 이는 오랜만        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작품은 사회적 비판과 성찰을 수행하는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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