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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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시(視)-시(始), 91.0 x 91.0cm, 아크릴, 한지, 혼합재료, 2024 ⓒADA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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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짓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는 보고 또 보고, 다시 본 것을 처음 본 것처럼 시   결론적으로, 〔AIAM국제앙드레말로협회〕 회원 작가들 가운데서도 이경준 작
            각을 통해 다시 사유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각의 조각들 속에서 다음 사고      가는, 이 험난한 시대에 왜 카르마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지 작품들을 통해
            의 사유적 세계를 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여기서 잠시 독자들의 이해를 돕      설법하는 일종의 구도자에 가깝다. 마치, 결과 중심적인 세상이 계속되면서
            기 위해, 카르마의 어원적 유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도 종교 및 철학에서 의     현대인은 삶을 인과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선각자
            도적인 행위가 미래에 결과를 초래한다는 인과율을 뜻한다. 즉, 개인이 행한       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자기 통제력은 빈약해지고 그 대가로 정신이 불안해져
            선행이나 악행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개인의 윤회와       고통스러운 세상을 화폭 속에서 정갈하게 승화시킨다. 카르마의 본질 가운데
            삶을 결정하는 보편적인 법칙으로 여기며 받아들인다. 카르마의 핵심 개념으        하나는 ‘의지’다. 의지에 따른 행위와 그렇지 않은 행위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
            로써, 행위와 결과의 연결점은,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은     에, 관자의 의지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의 작품속의 직선과 곡선이 형태와 생
            잠재적인 결과를 의식속에 품고 있는 셈이다. 또한 '행위자에 의해 시작된 ‘의     동 일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준 작가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카르마’의
            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불교에서는 특히 의도(cetanā)에 의해 유발되   회화 세계는. 고 하인두 화백이 『만다라 회화』에 투영시킨 ‘영성체험’을 통해서
            는 행위를 카르마의 핵심이라고 본다. 카르마의 보편적 법칙에 따르면, 자연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내적 풍요로움을 찾아 건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
            법칙처럼 인간에게도 적용되는 원리로, 행한 대로 거둔다는 인과응보(因果應        려고 한 사례를 연상시켜 준다.
            報)의 개념과 유사하다.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동양 사상에 본질을 둔 카르마      현대사회는 분석적, 논리적 사고능력을 감정이나 영감, 공감 등의 능력보다
            는, 윤회(samsara)의 개념에 비춰볼 때 그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현재의 행  훨씬 높이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결과로 현대인들은 상상력과 판
            위가 미래의 생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일상생활에서의 카르마 사상을 적       타지의 결여, 감정표현이나 감정이입의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상호
            용할 경우, 선한 행위를 하면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고, 나쁜 행위를 하면 부    인간관계에도 많은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만다라에 대한 관심이 증
            정적인 결과를 받게 된다는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역으로, 단순히 방치하       가하는 것은 이러한 분석적이고 합리적이며 비판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현대
            거나 무관심한 태도 역시하나의 인과적인 행동으로 간주되어, 그에 따른 카르       사회의 한계점과 대상과 자신의 분리, 개인적 생활위주의 현상, 참된 자기와
            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요약하자면, 카르마는 개인의 의도적인 행위가       자아의 분리로 생기는 불안감과 소외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만다
            미래의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칙이며, 인도 종교에서 윤회와 함께 중요        라를 통한 영성체험에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분석적이며 이성적 사고의 한계
            한 개념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경준 작가에게 있어서 카르마는, ‘회화’라는 수     점과 일상에서 느끼는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삶과 자기와의 통
            단을 빌어 자신과 타인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신적인 공감대       합, 우주와의 합일을 찾으려는 의식적, 무의식적 욕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
            를 형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인 듯싶다. 이경준 작가의 작품들에 묘사된 ‘카르       련하여 만다라는 인간 개인의 삶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인간
            마 인과’ 관계를 필자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전생도 내생도 아닌 현생이라는       과 자연과 우주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역동적이고 생명의 힘이 넘치는 더 확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삶에 고통을 주는 많은 문제들을      대된 초월적 정신세계로 전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새로운 정신’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삶을 돌아보며 인과를 잘 파악하는 것만       을 지향하는 이경준 작가가, 〔ADAGP 글로벌 저작권자]로써 현대인들의 심층
            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뜻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적 문제를 이해하고 자기발견과 치유를 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진화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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