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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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과 컨템포러리 아트
김천 직지사 대웅전 전경(출처 문화유산청 포털)
직지사 수미단 단청에 담긴 직지사 수미단은 대웅전이라는 가장 성스러운 공간에 놓여있는 불단의 차원
을 넘어서 조선 중기의 불교 조형 예술이 집약되어 있으며, 조각과 채색이 어
회화적 세계 우러진 회화적 세계를 압축해 놓은 작품이다. 특히 단청 기법이 가미된 수미
단의 장식은 단순한 색채 장식이 아니라, 불교적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형상화
한 회화로 이해할 수 있다.
글 : 박일선 (단청산수화 작가, (사) 한국시각문화예술협회 부회장)
부조(浮彫) 위에 칠한 채색은 조형과 색채가 서로 호응하며 화면을 구성하는
데, 이는 단청과 불교 회화가 조각과 결합된 종합 예술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수미단(須彌壇) 중에서 가장 볼만한 것을 고르라고 하면 단연 직지사(直指寺)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생명과 우주의 공존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다. 용과
대웅전의 수미단이라 하겠다. 직지사는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황악 봉황, 잠자리, 연꽃, 당초무늬, 다양한 화훼와 곤충이 등장하는데 이는 수미산
산(黃岳山) 자락에 있는 사찰로서 418년(신라 눌지왕 2)에 아도화상(阿道和 을 둘러싼 생명의 신비로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잠자리나 나비와 같
尙)이 창건했다고 하는데 신라에서 527년(법흥왕 14)에 불교가 공인된 것을 은 작은 생물까지 정밀하게 묘사된 점은 불교의 모든 중생이 평등하다는 세계
고려하면 직지사는 신라 불교 초기에 세워진 고찰이라 할 수 있다. 관을 조형적으로 구현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창건 당시 아도화상이 황악산을 가리키면서 저 산 아래에 절을 지을 만한 좋은
땅이 있다고 해서 직지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과 고려 초 능여(能如) 스님이 색채는 화려하면서도 치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적(赤)·녹(綠)·청(靑)의 색
절을 중창할 때 일일이 자신의 손가락으로 측량했기 때문에 직지라는 이름을 상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음영과 농담의 변화로 입체감이 강조되었다. 이
붙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렇지만 ‘직지(直指)’란 단어는 ‘직지인심(直指人 는 회화적 필치로 선을 그은 듯한 단청의 기법과 맞물려 마치 화면 속에서 꿈
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로서 바로 사람의 본래 마 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보는 각도와 빛의 변화
음을 가리킨다는 뜻을 선가(禪家)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직 에 따라 색채가 다르게 보이는 점은 단청의 회화성이 공간 속에서 살아 있는
지사는 선종의 가르침을 표방하는 절이라 할 수 있다. 듯한 효과를 내고 있다.
수미단은 흔히 불단(佛壇)이라 하여 사찰의 법당 안에 불상을 올려놓는 단을 화면의 구성 또한 회화적이다. 상중하의 삼단 구도를 이루면서 위로는 운기와
말하는데 수미단이라는 말은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수미산에서 따온 것 산수의 형상이 펼쳐지고, 중간에는 신성한 동물들이, 아래에는 연꽃과 초목,
이다. 높이가 8만 유순(由旬)으로 무려 64만 km나 된다는 상상 속의 산인 수 곤충들을 배치하는 등 하늘, 인간, 대지의 질서를 압축한 불교적 우주관을 형
미산의 모습을 상징하여 부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존귀하다는 의미에서 상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장식적 배열이 아니라, 관람자가 불단 앞에서 성
수미단에 모시는 것이다. 티베트 불교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수정(水晶)을 의 스러운 세계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하는 카일라스(Kailas)산을 수미산으로 믿는데 티베트 불교뿐만 아니라 힌
두교나 자이나교에서도 성지로 여기는 신성한 산이라고 한다. 직지사 수미단의 회화적 특징을 종합하자면
첫째, 풍부한 도상과 다양한 동식물 등의 이미지 활용이 두드러져 있다. 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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