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5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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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k Airplanes_oil on canvas_53×33.4cm_2025    Green Airplanes_oil on canvas_53×33.4cm_2025







            에 개인적 경험의 보편화를 모색한다. 곰인형과 비행기의 대비는 전쟁과 평화       확장된다. 따라서 작가의 회화적 실천은 기억을 고정된 과거로 환원하지 않고
            의 불가분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며, 그것이 다소 은유적이고 절제된        오히려 현재의 시공간 속에서 새로운 윤리적 감각과 해석의 가능성을 여는 통
            방식으로 표현되더라도 그것은 결코 침묵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적극적인 발        로로 작동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작가의 작업은 절망의 외침이 아니라 평화를
            화로 기능한다. 여전히 전쟁이 현재 진행형인 오늘날, 특히 유일한 휴전 국가      향한 희망의 언어이며, 개인적 체험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재의미화되어 공통
            라는 한국의 특수성 속에서 작가는 전쟁이 아닌 평화가 궁극적으로 승리한다        의 기억과 연대의 언어로 전환된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작가는 개인적 서사
            는 신념을 환기하며 우리가 다시금 붙들어야 할 가치임을 강조한다.            를 사회적 발화로 확장시키며 미술이 수행할 수 있는 공공성과 정치성을 환기
                                                            한다. 결국 작가의 미술은 단지 개인의 정서적 발현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마
            작가의 작업에서 핵심적으로 드러나는 요소는 색채를 매개로 한 상징적 이미        주하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미학적 언어로 풀어낸 중요한 실천적 사례로 읽
            지들이다. 이는 단순한 미적 장식이나 감각적 자극이 아니라, 사회가 직면한       힐 수 있다. 이 작업은 시대의 그림자를 정면으로 응시함으로써 그 어둠 속에
            양극화, 폭력, 불신, 고립, 침묵, 소외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함축한다. 작가는   서 새로운 평화의 언어를 길어 올리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미술이 어떻게 개
            이러한 복합적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색채라는 시각 언어로 응축하여, 부정적       인의 경험을 사회적 기억으로, 나아가 인류 공동의 서사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잔상이나 결핍의 표상이 아니라 우리가 직시해야 할 시대의 진실이자 사회적        지를 설득력 있게 이해시킨다. 나아가 지금-여기의 맥락 속에서 예술이 수행
            현실의 흔적으로 변환시킨다. 작가의 응시는 역사적 상처와 사회적 균열을 드       할 수 있는 윤리적이고도 사회적인 역할을 제안하며, 오늘날 예술의 존재론적
            러내며, 잊힌 기억과 침묵된 서사를 현재의 시공간 속에서 새롭게 환기한다.       의미를 다시금 되묻는 자리로 나아가고 있다. 박미연 작가는 오늘날 공공선과
            화면 속 상징적 이미지들—화려한 색채의 조합, 반복된 붓질의 물성, 이질적인      공공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자각하며 사회적 책임을 짊어진 미
            오브제의 병치—은 모두 증언의 장치로 기능하며, 과거의 사건을 단순히 반복       술가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다.
            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닌, 기억을 현재화하고 미래를 향한 사유의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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