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 - 전시가이드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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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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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가 있다가 오랜만에 집에 내려온 언니의 얼굴은 밝았다. 동행을 권       화들짝 놀라 숫자까지 세어 봤다. ‘이게 무슨 일이람! 세상에나~.’ 생애 처음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자리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로 네잎클로버를 찾다니. 언니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언니 덕에 오른쪽 귀는 바빴지만, 마음속 찌꺼기를 털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면 그 또한 기쁜 일이었다.                                 “아니, 어떻게 쓱 쳐다보고 그걸 찾아?”
                                                            라며 어이없어했다. 나 역시 믿기지 않아 조심조심 줄기를 끊어 들여다봐도,
            축제장으로 향하는 길목엔 진자주색 소국 화분들이 길을 안내했다. 다리 아        신기하기만 했다.
            래 천변 산책로엔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청명한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갈
            대가 발길을 붙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사이로, 문득 황순원의 「소나       네잎클로버를 가져는 봤다. 찾았다며, 받은 거라며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은
            기」 속 소녀가 갈꽃을 안고 나타날 것 같았다. 그를 기다리는 소년의 마음은      적은 있었지만, 내 것이 아닌 듯한 허전함이 늘 남았었다. 그 미련으로 몇 번
            어디쯤 숨어 있을까, 괜스레 목을 빼고 찾아내기라도 할 듯 풀숲 너머를 기       눈 부릅뜨고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던 네잎클로버다. 이번엔 달랐다. 일부러
            웃거려 보았다.                                        찾은 것도 아닌데, 첫눈에 들어왔다. 마치 행운이 슬쩍 다가와 손을 내민 듯했
                                                            다.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기쁨이 조용히 피어올랐다.
            샛노란 국화로 물든 언덕을 지나,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에 닿았다. 그
            아래 널찍한 공간엔 토끼풀과 푸른 보리싹이 반반씩 섞여 싱그러운 녹색 정        요행이나 당첨 같은 건 내 삶과는 늘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노력한 만큼만 얻
            원을 이루고 있었다. 토끼풀을 내려다보며                          어도 다행이라 여겨왔던 나날들. 그런데 이토록 뜻밖의 순간에, 행운의 상징
                                                            인 네잎클로버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다니.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걸까? 아
            “난 한 번도 네잎클로버를 찾아본 적이 없…”.                      니면, 내 마음의 눈이 닦일 때까지 기다려준 걸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어? 잎이 분명 네 장이다.                   그동안 느껴온 아쉬움이 한순간에 모두 보상받는 듯했다. 별다른 재주도, 숫
            “하나, 둘, 셋, 넷.”                                  기도 없어, 열 푼에서 두 푼 모자란 팔푼이 인생일지라도 꿋꿋이 잘 살아냈다
                                                            고 토닥여 주는 것만 같았다. 솜사탕처럼 마음이 부풀었고, 밝은 에너지가 온
                                                            몸을 가볍게 떠받치는 기분이었다. 지나가던 이가 덕담을 건넸고, 낯선 사람
                     •《한맥문학 》 등단                            과도 웃음을 나눌 수 있었다.
                     •전남일보 에세이연재 (전)
                     •《광주문학》 편집위원(현)                        무르익은 가을, 깜짝 외출이 건넨 선물은 생각보다 컸다. 축제장 정문으로 향
                     •<광주매일신문> 무등산문학백일장-종합대상 수상             하는 발걸음이 가뿐했다.
                     •월간 《전시가이드》 '쉼터' 연재 중(202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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