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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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희망-Azwi, 70x53cm, 장지에 석채혼합재료, 2018 Cactus 117x91cm, 장지석채혼합, 2019
가의 독특한 시점은 물론 현상과 사물을 대하는 작가의 기발한 착상에 우리 하학적 추상이 보여주는 질서와 앵포르멜 추상의 분방함이 동시에 나타난다.
를 경탄케 한다. 작가는 선인장을 ‘희망(Azwi)'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의 궁 작가는 “<Square of dream> 연작은 동양철학에서 땅과 인간을 상징”한다
극적인 목표는 ’사랑‘이다. “어떤 경계를 넘어선 자유로움에 대한 유희적 표현 며 “사각에서 묘사된 항상 염원하는 낙원이자 본인만의 창도 된 우주”라고 말
이자 끊임없는 수행의 과정으로 선인장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다시 한다.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밝아져 자유로
말하면 작가는 선인장 연작을 통하여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면서 부단한 작업 우며 어떤 경계를 넘어서 즐겁게 유희하는 표현으로 가능성의 공간이자 유·무
과정의 고뇌를 관객과 고민하는 구도의 여정이자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 의 표현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를 볼 때 김민자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보여주
정을 보여주고 있다. 었던 현실에 상응하는 논리적 구조를 가진 어떤 실체를 재현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 표면의 물질적인 현존성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효과에 집중
반복적 표상의 운율 하고 있다. 그리하여 형상이 이미지를 확인하는 요소라기보다 물질적인 실체
최근 김민자는 사각의 화면에 무수한 스퀘어 블록을 배치해 추상적 화면을 만 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원본과 복제라는 미술의 오랜 과업에서 자유로운
들어내고 각각의 스퀘어들의 변화와 유동을 촉발시켜 화면에 공간감과 리듬 입장을 견지하면서 주제의 서술이라는 기능에서 벗어나 자신을 끝없이 복제
감을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김민자의 <Square> 연작은 이전 작업 하는 시뮬라크르의 반복이라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고 있다. 스퀘어의 반복은
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일단 화면에 물감을 중첩해 풍부한 질감의 화면을 얻어 이미지를 강조하지만 작가는 그 배후와 의미에 대해서 “창도 된 우주”라는 철
낸 뒤 여기에 형태의 실험을 통하여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작업이다. 물 학적 담론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이미지를 중성화시키고 텅 비도록 만든다.
성 가득한 화면에 다시 사각의 기하학적 형태를 부가하여 화면을 완성시키는 실체와 이미지는 서로 섞이게 되고 특수한 이미지는 연속되는 반복에 의해 리
과정은 부단한 노동과 시행착오의 연속일 것이다. 우선 장지에 아교포수를 반 듬으로 흩어져 평면화된다. 사각 이미지들은 화면에 수없이 재현됨으로써 ‘특
복적으로 바르고 말리는 작업을 한 후 여기에 호분을 여러 번 축적해 물성 충 수’에서 ‘보편’으로 내려선다.
만한 바탕화면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백토, 조개분 등을 혼합한 석채를 평붓 회화가 재현의 논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성, 논리에 의한 인식론적 접근이
으로 발라 사각의 형상을 얻어내게 된다. 작가는 마치 베틀 앞의 페넬로페처럼 아닌, 감각에서 비롯되는 존재론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가는 ”사랑과 꿈을 품
한 땀씩 화면을 채우며 ‘짜기와 풀기’ 거듭했을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은 낙원의 사각형 대지 표현은 계속 순환·상생하면서 인간의 정신을 부유케
무채색조의 스퀘어가 원색조를 제어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은은하면서도 원숙 하고 때론 가볍게 하는 결정체의 교차점으로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한 색조의 화면을 얻게 되는데 부분과 전체 전체와 부분이 서로 긴장과 이완을 고 말함으로써 이를 실증하고 있다. 동양 철학에서 하늘, 땅, 인간이 시간과 조
거듭하면서 추상회화의 절대성을 암암리에 보여주게 된다. 사각의 스퀘어가 화를 이루어 우주를 형성하듯이 작가는 공간, 형태, 색을 조화시키는 특수한
다른 형태에 침투하거나 어울리는가 하면 서로 조화되면서 나타난 화면은 기 형식실험을 통하여 추상회화의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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