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전시가이드 2022년 04월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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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컬럼
소산(小山) 박대성(朴大成) 작가가 전하는
우리 것의 멋
글 : 이주연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광한루, 210×210㎝, ink on paper, 2021
올해 2월 절친 이수경 동국대 명예교수와 함께 드디어 경주 남산 삼릉에 있는 정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그중에는 BTS의 RM도 있다. 만나는 모든
소산(小山) 박대성(朴大成) 작가 작업실을 방문했다. 먼저 방문한 이들이 자리 이들을 기억하느냐고 묻자 그는 당연하다고 답했는데 실로 놀랍고도 고마운
를 비켜주기 위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를 비롯해 찾는 이가 많아 혹여 작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기억해주시겠지 하는 기대와 함께.
업에 방해가 적잖이 되겠다는 염려가 들었다. 그럼에도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소산의 옆에서 소산이 마련해준 차를 마시고 소산의 작품 해설을 들 작업실 벽에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길게 놓인, <청산백운>(2013)을 연상시키
으며 소산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결례를 무릅쓰고 눌러앉아 는 미완성의 대형 작품이 있었는데, 제작 중임에도 작업실을 오가는 이들이
그 자리를 즐겼다. 소산 화업 50년을 기념하며 출간된 『묵향(墨香) 반세기: 박 모두 볼 수 있게 개방해 놓았던 점도 놀라웠다. 훗날 전시장에서 이 작품을 완
대성 화가와 함께』(이동우, 윤범모 엮음, 솔거미술관, 2016)를 보면 수많은 지 성품으로 다시 만날 때 지금의 이 중간 과정도 꼭 기억하리라 생각하며 열심
인들이 그의 작업실을 제집 드나들 듯 방문했던 것으로 보여지는데, 대체 얼마 히 눈에 담았다. 거의 완성되었다는 작가의 말에 이 작품을 이번 컬럼의 대표
나 많은 이들이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지 가늠되지 않을 정도다. 작가 이상 이미지로 싣고자 욕심냈으나 이는 아쉽게도 불발되었다. 대신 인사아트센터
으로 예술에 대한 조예도 깊고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작가의 (2021) 개인전에서 관람한 후 줄곧 기억에 남아 맴돌던 <광한루>(2021)를 필
지인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작가와의 인연을 귀히 여기며 그를 깊이 이해하고 두로 <설경1>(2010)을 컬럼의 이미지로 선정하였으며 관련 자료는 솔거미술
있었다. 작가 또한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이력을 지닌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관 이재욱 학예사에게 건네받았다. 대상과 현상에 대한 심연의 관찰과 사색적
만났으며 그들과 예술에 대한 진솔한 대화 나누기를 즐겼기에 작가 옆에는 그 미감은 작가의 고요한 풍경 그림에서 잘 나타나지만, 작가가 말한 바 있는 “금
의 작가 정신과 예술성, 예술인으로서 그의 삶 자체에 매료되어 그를 한껏 애 강석 칼을 들고 화강석 돌에 글씨를 새기듯 붓질을 하는 것이 나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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