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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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 WAY OUT 900x350x400mm steel 2018 탈출구 WAY OUT 1000x350x420mm steel 2018
각이 아닌 내면의 힘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만든다. 보는 이들이 언 듯 쉽게 공 겹겹이 복잡하게 철의 재료로 얽혀있는 작품들은 마치 컴퓨터 설계도나 더 확
감대를 찾기 힘든 시각적 절제 혹은 함축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작가 장한다면 동시대의 얽혀있는 사회와 유사한 시각성을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의 사유를 이해한다면 타자 개인의 상상력을 유발해 또 다른 무엇이 자연스 단순한 모방이나 동일시가 아니다.
레 개입되도록 만들고 있다. 들뢰즈(Gilles Deleuze)와 가타리 (Pierre-Félix Guattari)는 ‘유사성, 모방,
동일시 그리고 진화는 ‘되기’와 다르다.’라고 『천개의 고원』에서 말하고 있다.
김성민의 작품은 조각을 탈주하는 조각, 그 자체의 조각을 말하고 있다. 또한 ‘'되기'는 서로 다른 것들의 결연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다양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조각은 형상의 구조적 완성 즉 부피나 무게를 지닌 작품 한 이질성 들이 공생할 자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에 가깝다.’라고 말하고 있다.
을 떠올리게 된다. 1960년 이후 나타난 조각의 새로운 개념에서도 조각이라 이러한 사유는 자기화의 과정을 말하고 있다.
는 장르에서 적어도 부피의 형식성은 유지된다. 김성민 작가는 이러한 조각의
형식에 새로운 물음을 제시한다. 적어도 김성민 작가에게 조각은 무게나 부피 김성민 작가의 자기화 과정에서 긴장, 고립, 권태, 공허, 의도되지 않은 우연
의 조형성을 시각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미완성 혹은 완성을 위한 기초 작 성 등 새로운 의미의 미를 발견한다. 이러한 작가의 시각은 보이지 않았던 인
업의 인식을 ‘과연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조각의 원론적 물음으로 짜릿한 간사의 본질을 바라보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어있음에 ‘조각이란 무엇
반전을 주고 있다. 형식에서 벗어나 그의 솔직한 표현과 감각적인 행위로 바 인가?’ 질문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시각으로만 설명되지 않는 그 무엇이 김
라본다면 회화와 조각을 통섭하는 또 다른 생성 가능성의 창조물로 조응하게 성민 작가의 작품이다.
된다. 또한 이러한 가능성은 미메시스 구조의 미완성 조각이 아닌 그 자체의
자유로운 표현으로의 여지를 남긴다. 김성민 작가의 절단과 마무리는 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마치 솔루 위트
[(Sol Le Witt)의 공산품으로 창조해낸 간결한 미니멀리즘을 선사하는 듯하나
작가가 사용하는 탄성 높은 철의 사용과 선형적인 드로잉 조각 형태 그리고 그가 결정한 관계의 마무리는 저마다 마치 그의 기호인 마냥 상당한 변주를
관계를 잇는 재료의 매듭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을 보여준다. 그는 작품 창조의 의지를 갖고 자신만의 기호를 철저한 붓 대신 공
자유로이 유영하며 충돌지점들을 발산한다. 그가 응시하는 겹겹의 현실들은 구로 드로잉을 하는 조각가로 한정할 수 없는 창조자이다.
전에 없던 독특한 시각으로 포착하는 개개별의 관계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다. 작가가 시각적인 전통의 조각이라는 개념을 넘어 선형 드로잉 적 조각을 탈출구 Way out 시리즈에서 보인 조각에서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해 나가는 것은 시각을 벗어난 조각으로의 시도이다. 작가가 추구하는 선형 공간에 놓인다면 그의 작품이 드로잉과 구분 점이 없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
구조가 지닌 물성(物性)의 상대적 부재가 함축적 의미로서의 조각을 더 창발 있다. 개별성의 재료들이 관계로 만날 때 비로소 관계성을 보여준다. 그 관계
적인 요소로 만들고 있다. 성안에는 상호 유지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때 작가의 작품은 마치 캔
버스 안의 가상공간에 드로잉을 하듯 수직적 중력을 무시한 채, 수평적인 긴
작가 일상의 파편들에 내면과 바깥의 이면적인 모습들 그런 이야기들을 작가 장감만이 존재한다. 사이사이 연결체의 팽팽한 관계이지 중력과의 대치를 느
는 자신의 행위 - 작품을 통해 들여다보려 한다. 어떠한 조각에 관한 상식적 낄 수가 없다. 시각적으로 작품은 고정되어 시각적인 절제와 함축을 유지하고
강요나 뚜렷한 완성이라는 맥락 없이 바라보는 우리는 이방인으로 작가의 작 있지만, 그 내면에는 절제, 해체, 확산 등 변화무상한 사유들이 고정이 아닌 진
품과 조우하게 된다. 자 운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성민 작가는 자신과 일상의 파편을 통한 다른 의미의 결합을 만들어 낸다. 그 운동들이야말로 자유로운 작가의 사유와 개방일 것이다.
작가의 작품 속 파편들은 기존의 의미가 아닌 작가의 의미로 말을 한다. 결국, 작가가 자신이 던진 짜릿한 물음에 정의를 할 수 있다면 김성민 작가는 더 겹
김성민 작가는 사소한 찰나의 파편에 주목했고 이러한 작품들을 겹겹이 층 겹이 다층화된 현실을 응시하는 눈으로 그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 줄 것이
화된 시선을 하나의 장으로 끌어드려 또 다른 낯선 가능성의 미를 보여준다. 다. 우리는 이 변화 시점을 기대하고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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