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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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화_만남 60.0x60.0cm, Acrylic on Canvas, 2018        전뢰진_모정013, 20×30×35cm, 대리석, 2013




            오로지 본인만이 알 일이다.                                 려니와 한국미술의 균형 있고 바른 성장을 위해 큰일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과 마주하면서 인류의 삶은 한정된 공간으로         다. 시간이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이라도 힘을 결집시키기만 한다면
            좁혀졌다. 사회생활의 최소단위인 가정이라는 주거공간에 갇히면서 의식과          한국미술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적지 않다.
            감정은 졸아들고 신체는 부자유스러워졌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영어의 몸        근래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를 기반으로 해온 중진원로작가들이 옥션이나 아
            이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코로나19가 대     트페어 등 주요 미술현장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 근본적인 원인
            다수 사람들에게는 재앙일지언정 화가들에게는 미의식의 심화 또는 새로운          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두가 근대미술관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직
            조형세계를 강구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바깥출입이 뜸하게 되니       면한다. 구상작업을 해온 중진원로들의 경우 그 뿌리가 근대미술의 기반이라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지난날의 작품을 꺼내보며         고 할 수 있는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 화풍이 대종을 이루었다. 하지만 시대의
            새로운 작품 구상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소수이긴 하지만 근      흐름에 밀려 사실주의는 포토리얼리즘에 밀려나고 인상주의를 추구하는 작
            래 발표된 작품이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그동안      가들의 숫자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른 바 현대미술이라는 용어 속에 포함되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게 보내다가 시간에 여유가 생기자 자신의 작업을 돌아        는 현대적인 구상작업은 전통적인 화법과는 다른 시대감각을 반영하고 있다.
            보게 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작업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진 것이리라.      일상적인 현대인의 삶이 서구적인 생활양식을 그대로 수용하는 탓인지, 전통
            국전작가협회 회원들은 대다수가 자연연령 7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새로        적인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와는 다른 현대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
            운 조형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창작을 윤리성으로 하       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화법을 고수하는 중진원로들의 작업은
            는 예술의 특성상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는 포기할 일이 아니다. 어느 순간      자연히 시야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형편이다.
            영감에 의해 자극받으면 이전과는 판이한 새로운 세계와 조우할 수도 있는 것       이러한 문제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전작가협회와 같은 성격의 그룹,
            이 창작이기 때문이다. 그런 영감과 만나려는 열망과 작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즉 중진원로들 중심의 미술단체는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중지를 모으고
            않는다면 어느 순간 불현 듯 한 소식을 얻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지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당면한 현실적인
            국전작가협회는 여타 미술그룹과 다른 뚜렷한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위기를 돌파해나갈 뾰족한 방법이 없다. 만일 근대미술관이 건립되면 극적
            아닌 대한민국미술전람회라는 공모전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작가들만          인 반전이 일어나 침체된 구상미술, 즉 전통적인 화법을 추구해온 중진원로
            의 모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학연이나 지연, 인물 또는 조형적인 이념을 공      들의 작품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미술시장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활
            유하는 작가들이 함께 하는 기존의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출발점에 선다. 보       성화될 것이다.
            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의 틀 속에서 자신을 단련해온 작가들이 그러한 경쟁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대외적으로 국전작가협회의 존
            구도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보통 일이 아니다.       재를 알리고 또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중진원로들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전시회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근대미술관 건립은 한국미술계 특히 구상미술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점에서
            늦었다 싶은 감이 없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국전이라는 무대에서 실력을 연       미술계의 중진원로들로 구성된 국전작가협회가 선도할 수 있는 명분은 충분
            마한 작가들이야말로 한국미술계의 중추적인 존재들이기에 그렇다. 그럼에          하다. 이번 국전작가협회전은 근대미술관 건립을 위한 작가들의 구체적인 행
            도 이들이 한국미술계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진 외연을 형성하고 있을 따름이         동이 실천에 옮겨질 수 있는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국구적인 인적
            었다. 모두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개별적인 활동을 해온 까닭이다.            구성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국
            어쩌면 한국미술계에서 중진 원로들의 존재감이 약해진 원인의 하나가 바로         전작가협회의 임원들은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차기 한국미
            이들 세력, 즉 국전작가들을 하나로 묶어 힘을 모으지 못한데도 있지 않나 싶      술협회 이사장 선거와 때에 맞춰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전
            다. 만일 20-30여 년 전에라도 결속이 되었다면 모임 자체의 무게감은 물론이    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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