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전시가이드2020년 10월호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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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오봉도, 174×88cm, 비단에 석채






                                               이희연 작가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석정절경도〉, 〈백학도〉,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일월반도도〉, 〈책거리〉,
                                            〈백선도〉, 〈화훼도〉, 〈모란도〉, 〈서수낙원도〉 등의
                                         30여 점이며, 이 모든 작품들은 비단에 석채를 사용하였다.





            했지만, 몇몇 주변 한국화 작가들은 순수 회화의 길로 들어서기를 줄곧 권유       다른 특색이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가 재현해 낸 궁중화
            했었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옛 그림 희귀본을 찾아 발견, 재현하는 작업을 계     대부분은, 민화 작가라면 모두가 한번쯤은 재현해 낸 그런 인기 있는 궁중화이
            속해 왔으며, 어느 덧 재현 작업에 땀과 혼을 실은 지 10년이 되었다. 그가 쉼   기 때문이며 그래서 신선하다거나 새롭게 보여지지는 않는다.
            없이 옛 그림 재현 작업을 해 온 만큼, 그의 화실에는 작품들이 층층이 쌓였다.
            그런데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겸손함에, 그의 작품들은 숨죽이며 그를 지켜       그러나 그가 재현해 낸 궁중화 시리즈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 어느 작가의
            보기만 했다. 그런 그가 드디어 야심찬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재현작보다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즉 그의 궁중화 시리즈에는
            19로 인해 일상이 심하게 엉클어지고, 모두가 작품 감상에 등을 돌리고 있는      진솔함이 담겨 있으며 무엇보다도 피나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마치 조
            이 시점에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은 아쉽고 걱정이 된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      선 화원이 되살아나 그려낸 것처럼 원작과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뿐
            지 않고 작가로서의 큰 매듭을 짓고, 다시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순수한      만 아니라, 궁궐만 뛰어 넘는 궁중화가 아니라 시대까지 훌쩍 뛰어 넘어 오늘
            마음가짐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로써 본다면 일단 그의 첫 개인전은 성공      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궁중화의 진면목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적인 전시회로 간주되는 것은 물론,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아래와 같은 ‘궁중
            화 시리즈’로만 봐도 충분히 감동적인 전시회로 평가할 수 있겠다.            우리는 마땅히 전통시대의 모든 것들을 알고 배우고 이해하고 계승, 발전시켜
                                                            야 할 책무가 있다. 이희연 작가는 조선 시대의 화원들이 오늘날에 다시 살아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총석정절경도〉, 〈백학도〉, 〈일월오봉도〉, 〈십    나 그려낸 것처럼, 조형적, 재료적, 내용적 연구를 훌륭히 실천하고 있을 뿐만
            장생도〉, 〈일월반도도〉, 〈책거리〉, 〈백선도〉, 〈화훼도〉, 〈모란도〉, 〈서수낙원  아니라 당당하게 민화계의 실력자로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4차
            도〉 등의 30여 점이며, 이 모든 작품들은 비단에 석채를 사용하였다. 이와 같    산업시대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소중함을 일
            은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재현의 의미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원본에 담긴 시      깨우고, 희망의 에너지와 자부심, 자긍심을 갖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믿어
            대성과 작가정신 등까지 엿보인다. 마치 조선 시대 도화서 화원들의 솜씨와 견      진다. 끝으로 이희연 작가는 2010년부터 우리 겸재정선미술관과 깊은 인연을
            주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이상과 같이 이희연 작가는 첫 번째 여는     맺어오고 있다. 겸재문화예술아카데미 전통민화반 리더로 활동해 오면서 묵
            개인전 임에도 매우 보기 드문 높은 기량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원작을 그려     묵히 작업에 몰두한 성실한 작가로 인상이 깊다. 아무쪼록 이희연 작가의 첫
            낸 것은 물론, 그 너머의 우리 선조들의 삶, 얼, 멋을 읽어 낼 수 있는 시각정보   개인전에 담긴 정성, 노력, 정신이 온전히 전해져 더욱 높게 비상하는 좋은 기
            자료가 될 만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궁중화 시리즈’는 별     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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